가상화폐 지갑 탑재는 기본, 분실시 '되찾는 기능'까지
'스마트폰 공룡' 삼성전자·애플 향후 행보에 시장 주목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적용될 블록체인 프로그램·소프트웨어(SW)·플랫폼 등 특허 등록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애플의 아이폰 핵심 위탁생산업체 폭스콘도 한 블록체인 기업과 손잡고 블록체인폰 제조 및 생산을 맡아 앞으로 ‘블록체인 스마트폰 대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 삼성전자, 3개 블록체인 상표 등록
삼성전자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유럽 특허청에 블록체인 키스토어·키박스·코어의 3가지 블록체인 관련 상표를 출원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들 상표는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모바일 장치용 SW 응용프로그램, 컴퓨터 SW 플랫폼, 응용프로그램 SW’라고 소개됐다.
삼성전자가 블록체인폰 출시를 준비하는 ‘징후’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 외신에선 이르면 내년 2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9’에 삼성전자가 공개할 갤럭시 S10에 가상화폐(암호화폐) 지갑을 탑재할 것으로 전망했다. 온라인 네트워크와 분리해 오프라인 하드웨어 기기에 암호화폐를 보관하는 ‘콜드월렛’ 어플리케이션 서비스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삼성전자는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업계는 이같은 암호화폐 지갑 탑재 또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생체인식서비스 ‘삼성패스’ 같은 보안성을 높인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다고 봤다.
◆ '첫 블록체인 스마트폰' 표방 핀니
블록체인폰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스위스와 이스라엘에 거점을 둔 블록체인 기업 시린랩스는 지난달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블록체인폰 ‘핀니’ 출시를 공식 발표했다. 가격은 아이폰X와 동일한 999달러(약 113만원), 제조·생산은 아이폰 위탁생산업체 폭스콘이 맡았다.
핀니는 6인치 디스플레이와 스냅드래곤 845 CPU(중앙처리장치), 아드레노 630 GPU(그래픽처리장치)에 6GB(기가바이트) 램과 128GB의 저장용량, 전면 800만·후면 1200만화소 카메라 등의 사양을 갖췄다.
무난한 스펙이지만 암호화폐 지갑이 제공되는 점이 차별화된 특징이다. 암호화폐 이용 분산형 앱(dApp)도 활용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8.1 기반의 자체 개발 운영체제(OS) ‘시린’을 사용하는데 암호화폐 지갑과 OS 사이에 방화벽이 있어 보안성이 우수한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 이통사 없이 전화·문자 가능 'X폰'
앞서 올 10월에는 암호화폐 업체 펀디엑스가 블록체인 기반 휴대폰 ‘엑스폰’을 공개했다. 엑스폰은 기존 통신사 네트워크 대신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서도 엑스폰간 통화, 메시지 전송 등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휴대폰 자체가 하나의 ‘노드(참여자)’가 돼 각종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다. 이처럼 블록체인 노드 수가 늘어나면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확장성과 신뢰도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엑스폰에는 안드로이드 9.0 기반 OS ‘펑션X’가 탑재됐다. 내년 2분기 공식 출시 예정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업체 HTC도 비슷한 시기에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폰 ‘엑소더스1’을 선공개했다. 사전 주문을 받은 엑소더스1은 비트코인·이더리움·라이트코인 등 암호화폐로만 구입할 수 있었다. 18:9 비율 6인치 디스플레이에 스냅드래곤 845, 6GB 램, 128GB 저장용량, 1600만화소 듀얼카메라에 방수·방진기능을 갖췄다. ‘소셜키 리커버리’ 기능을 통해 기기 및 비밀번호 분실·도난시 등록해놓은 사용자 정보로 복구 가능하다.
◆ 삼성-애플 블록체인폰 행보에 관심
이외에도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슈거가 올 1월 최초의 블록체인 스마트폰 ‘S11’을 내놓았고 레노버 역시 스마트폰 ‘S5’를 공개한 바 있다. 중국 가전기업 창홍도 지난 3월 블록체인 스마트폰 ‘R8 기린’ 출시를 가시화했다.
하지만 이들 블록체인폰은 별다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사용자들이 기존 스마트폰 대신 이들 폰을 사용할 만한 유인을 제공하지 못한 탓이다. 단순 기능 탑재를 넘어 ‘상용화’가 관건인 만큼 글로벌 스마트폰 사업자인 삼성전자와 애플의 향후 블록체인폰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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