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불공정 거래 관행과 과도한 노동시간 등으로 얼룩진 방송제작 생태계를 바로잡기 위해 나선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7일 ‘제 5차 방송영상산업 진흥 중장기 계획’을 17일 발표했다. 방송영상업계에서 만연했던 불공정 거래 관행과 열악한 노동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는 데 중점을 뒀다.
가장 시급한 개선 대상으로 꼽힌 것은 불공정한 외주제작 관행이다. 지난해 콘텐츠진흥원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진행한 ‘2017 방송 프로그램 외주제작 거래 실태조사’에 따르면 외주제작 계약내용에 대한 공정성 평가 설문 결과 5점 만점에 방송사가 4.6점, 제작사가 2.5점으로 공정성에 대한 인식 차이가 극명했다.
이에 내년 문체부는 방송사와 제작사 간 외주거래 시 계약 절차, 저작권 및 수익배분 기준, 제작비 지급 시기 등 공정 계약을 위한 구체적 지침을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제정할 예정이다. 방송사, 제작사, 제작인력 등 주요 관계자와 기관이 참여하는 ‘공정상생협의체’도 운영한다. 제작사가 스스로 수익모델을 개발해 해외판로를 확대할 수 있도록 제도도 개선한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져온 밤샘촬영과 근로계약 미체결 등도 손본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정부 제작지원사업에 참여하는 스태프는 기존 팀 단위 계약이 아닌 개별 근로계약이 가능하다. 개별 계약을 통한 표준근로계약 체결로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등 기본권 보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정부 지원 대상 방송영상 선정평가 기준에 임금체불 등 노동인권 관련 평가기준을 도입해 법적 구속성도 강화한다.
제작 현장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영상물을 제작하는 가설 건축물 세트장, 야외 촬영지에 적용 가능한 ‘방송영상 제작현장 안정지침’도 마련한다. 뉴질랜드는 이미 2015년부터 영상제작 현장 안전·건강 가이드라인인 ‘스크린 세이프(Screen Safe)’를 도입해 스태프 안전 보장과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정부 역시 산업안전보건기준 규칙 등을 토대로 작업장 추락 방지, 화재 예방 등 필수 준수사항을 규정할 예정이다.
모바일과 개인미디어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미디어 환경엔 다양한 콘텐츠 제작 지원으로 대비한다. 문체부는 국내 파일럿 프로그램 및 견본영상 제작을 지원하며 2020년부터는 본편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창의성과 공공성을 갖춘 개인 크리에이터에겐 기획, 제작 단계부터 전문 제작시설 이용도 돕는다. 드라마 외에 웹 예능, 웹 교양 등 웹콘텐츠의 범위도 확대해 지원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정부는 올해 19조원으로 추정되는 방송영상산업 매출액 규모를 2022년 23조원까지 불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같은 기간 방송영상콘텐츠 수출액 목표치도 5억5000만 달러에서 9억6000만 달러로 늘려 잡았다.
주은진 기자 jinz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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