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에 매력 커져
예·적금·MMF·CMA 금리↑
저금리에 익숙해진 투자자 몰려
주식·부동산 시장 변동성 커지나
[ 이태호 기자 ]
#1.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운용 담당자들은 최근 야근이 일상이다. 만기 1년짜리 발행어음 상품 금리를 지난달 20일 연 2.3%에서 2.5%로 올리면서 개인 자산가들의 자금 유입 속도가 빨라져서다.
#2. 동작새마을금고 직원들은 지난달 중순 최고 연 5%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적금 등 특판상품을 내놨다가 폭발적인 반응에 깜짝 놀랐다. 재테크 정보 사이트를 통해 소식을 접한 투자자들이 몰려 한때 고객 대기 순번표가 600번을 웃돌기도 했다.
안정적인 고금리 상품을 향한 개인 자산가들의 이동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전후해 확정금리 상품의 매력이 다소 높아진 영향이다. 단기금융상품의 자금 ‘쏠림’ 심화로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커지는 단기금융상품 매력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개월물 금리는 지난 14일 연 1.78%를 나타냈다. 올 들어 연 1.5%대를 꾸준히 유지하다가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이 커진 지난달 중순 이후로만 0.2%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국고채 중장기물이 올 하반기 들어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단기금융상품의 상대적인 매력 상승은 ‘저금리에 익숙해진’ 투자자들의 민감한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발행어음 출시 1주년을 맞은 지난달 발행잔액 3조7000억원을 달성한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개인 고객들의 자산 증식 수단으로 인기를 끌면서 유입 자금의 운용처를 찾기가 곤란할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형 증권사의 발행어음처럼 높은 신용을 갖춘 단기금융상품은 가격변동성이 작아 주로 경기 불확실성이 클 때 인기를 누린다. 한국투자증권은 내년까지 발행잔액 6조원 돌파를 예상하고 있다.
개인 자산가들의 대표적인 여윳돈 운용처인 전자단기사채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인기도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전자단기사채와 ABCP 발행잔액은 지난달 말 현재 총 156조원(각각 105조원과 51조원) 수준이다. 3개월 이하 단기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이던 2년 전 136조원(102조원, 34조원)에서 꾸준히 늘고 있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자산분석실장은 “기준금리 인상 전후 단기금리가 오르면서 전자단기사채 등 상품의 매력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시중은행 단기 예·적금과 수시입출금식 단기금융상품(MMDA), 자산운용사 수시입출금식 단기금융상품(MMF) 금리도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대형증권사들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금리 인상마저 잇따르고 있다. 증권사 소매채권 판매 담당자는 “기준금리 인상 전후 증권사 보증상품 등 신용등급이 높은 단기물의 인기가 높아졌다”며 “만족스러운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 선택의 폭이 넓어진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자산시장 변동성 키울 수도
대기성 자금 성격이 짙은 단기금융상품의 인기는 자산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 주식이나 부동산 자금이 단기 확정금리 상품으로 빠져나가는 속도가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주식시장은 아직까지 자금이탈 압력이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 배당수익률은 연 2.4% 이상을 나타낼 전망이다. 주가가 싸져 지금 매수하면 시장금리 이상의 배당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시장은 정부 규제 강화로 상승 탄력이 꺾인 모습이다. 제2금융권의 한 고객관리 담당자는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 이후 부동산 투자를 위한 대기자금 일부가 확정금리 상품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경기 부진이 심해지면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채권형펀드의 인기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채권형펀드 설정액은 채권금리 하락기에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매니저는 “기준금리 인상이 일회성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지금보다 강해진다면 채권형펀드로 돈이 몰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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