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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휘의 한반도는 지금) 6차 한미정상회담 미스테리, 靑의 '판단착오' 혹은 외교부 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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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휘 정치부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여섯 번째 정상회담(이달 2일)을 두고,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안타를 쳤다”고 평가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19 평양선언’에서 약속한 ‘연내 답방’에 대해 미국의 공감대를 이끌어냈다는 의미에서다. 이어 김정은이 약속을 지킴으로써 “홈런을 쳐달라”는 희망도 내비쳤다.

한·미정상회담 직후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설명도 박 의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윤 수석은 “양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프로세스가 올바른 방향으로 진전되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공동목표를 조기에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도 굳건한 동맹 관계를 바탕으로 긴밀히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며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공동의 노력에 추가적인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14일까지 김정은은 문 대통령의 공식 초청장에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여러 차례 “연내 답방은 어려워졌다”고 말하고 있다. 1월 답방 카드는 여전히 살아있다지만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 전에 서울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킬 가능성마저 낮아지고 있다. 적어도 이번 만큼은 ‘문(文)의 촉진 외교’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봐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이와 관련, 북한 전문가들은 6차 한미정상회담 결과 발표문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김정은과 군부 등 북의 핵심을 불쾌하게 만들고, 자극할 만한 내용들이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꼽는 대표적인 문구는 ‘양 정상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전까지는 기존의 제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함께 하였다’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 10월 중순 유럽 순방 때의 어조와는 확연이 달랐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당시 문 대통령은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북한이 핵을 내려놓으면 내려놓을수록, 북한이 핵에 의존하지 않고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라는 신뢰를 줄 필요가 있다.

적어도 북한의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다는 단계에 왔다는 판단이 서면 유엔제재 완화를 통해 비핵화를 촉진해야 한다”. 프랑스는 유엔 안보리의 상임이사국이다. 이어 아셈 정상회의에서도 문 대통령은 ‘북한이 계속 비핵화 조치를 추진하도록 국제사회가 UN 안보리를 중심으로 견인책에 대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는 취지의 말을 반복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불과 한 달 만에 뒤바뀐 것에 대해 북한 전문가들은 ‘미스테리’라고 말한다. 왜 그랬는 지 청와대는 정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두 가지 가능성을 추론해볼 수 있다. 첫번째는 청와대와 외교부 당국자들이 발표문을 만들 때 신중치 못했다는 가정이다.

북한이 어떻게 받아들일 지에 대한 큰 고민없이 트럼프 대통령의 평소 어법을 그대로 회담 결과 발표에 넣었을 가능성이다. 이와 관련해 복수의 정부 소식통들은 “유럽 순방 이후 한미 정상회담 때까지 문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와 국제제재와 관련해 생각의 변화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소통’의 실수일 수 있다는 얘기다.

두번째는 청와대의 발표문에 미국측의 강한 요구가 반영됐을 가능성이다. 유럽 순방 직후 청와대는 외교적 참사 논란에 시달려야했다. 당시 문 대통령의 제재완화 발언은 유럽 주요 정상들로부터 ‘완전한 비핵화 없이는 제재완화도 없다’는 반응을 얻는데 그쳤다. 미국과도 관계가 불편해졌다는 얘기도 끊임없이 나왔다. 급기야 미국측 제안으로 한미워킹그룹(실무협의체)가 만들어졌다. 남북관계의 진전과 북한 비핵화 협상이 따로 돌아갈 수 있다는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였다.

‘팩트’가 무엇이건 간에 김정은의 연내 답방이 무산되면서 ‘문(文)의 촉진 외교’엔 당분간 제동이 걸릴 수 밖에 없게 됐다. 김정은의 오랜 침묵은 우리 정부가 제공하려했던 ‘모멘텀’이 필요없다는 방증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때 30분간 긴급하게 이뤄진 6차 정상회담의 효과는 무엇이었나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문 대통령이 만든 중요한 계기를 청와대 소통실과 외교부가 망쳐놓은 걸까, 아니면 그간 미국과 북한이란 협상 당사자의 속내를 제대로 읽지 못한 총체적 판단착오의 결과일까. 신년에 김정은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끝) /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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