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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엄마 현실 육아] (39) "엄마 나는 친구 생일파티 못 가? 워킹맘의 복잡한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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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끼리 자주 만나야 아이들도 친구가 생기는 시대야.
친구를 자주 만나야 아이들도 사회성이 길러진다고."


아이가 어릴 때 선배 워킹맘들에게 이 말을 참 많이도 들었다.

'사회성 좋고 활달한 아이는 엄마가 만드는 거구나.'

선배 워킹맘들에게 배운 대로 나도 같은 목표를 가지고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다.

엄마들 모임이 있다고만 하면 혹시 우리 아이만 따돌림당할까 우려스러워 회사에 눈치보며 반차를 냈다. '우리 아이만 혼자?' 이런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때로는 엄마들이 내 관심사와는 먼 얘기를 나눠도 관심 있는 척 맞장구치느라 바빴다. 생각이 동떨어지는 엄마로 낙인찍히기 싫어서였는지 모른다.

이런 노력이 얼마나 에너지 소모가 많이 되는 일인지 경험해 본 이들은 알 것이다.

물론 솔직히 아이만을 위해서 만난 건 아니었다는 걸 고백한다. 나도 다른 엄마들과 이런저런 육아 고민도 나누고 수사도 떠는 그 시간이 몹시 즐거웠기 때문이다.

용을 쓰는 와중에 문득 이상한 점을 느꼈다.

어떤 모임에든 엄마들이 여럿 있다보니 그중엔 나와 성격이 제일 잘 맞는 엄마가 있기 마련인데 그런 경우 내 아이는 그 집 아이와 친하지 않았다.

반면 아이가 정말 잘 지내는 친구가 있다고 해서 같이 만나보면 그 엄마와 나는 취향이나 코드가 전혀 맞지 않았다. 참 기묘한 일이다.

나와 잘 맞는 엄마, 그 자녀와 내 아이가 제일 친하다면 얼마나 좋은 일일까.

새 학기, 엄마들이 첫 모임을 한다는데 왜 항상 시간은 평일 낮으로 정해지는지.

단짝친구를 만들어주려 해도 내 뜻대로 되지도 않을뿐더러 만남의 기회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 주려다 보니 직장생활과 병행하는게 버거울 때가 많았다.

에라 모르겠다. 단체 활동을 많이 해야만 사회성이 쑥쑥 자라는 건 아니겠지 싶은 마음에 약간의 부담을 내려놓았다.

생각해보니 나는 어릴 때 바쁜 부모님 때문에 거의 집에서 혼자 놀고 7살에 처음 유치원을 다녔지만 지금 사회성도 좋고 친구도 많지 않은가 위안하면서.

'내 아이 친구는 내가 노력해서 만들어 줘야 해' 이런 강박으로 워킹맘 스트레스 리스트를 하나 더 추가하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을 바꿨다.

내가 모임에 못 나간다고 아이가 친구가 없으면 내가 놀아주지 뭐.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얼마 전 아이들이 할머니 따라 다니고 있던 모임에서 가족공원으로 나들이를 간다길래 처음으로 따라 나섰다.

아이들은 내가 본 적 없는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놀았고 다른 또래 엄마들은 "처음 뵙겠다"라며 먼저 인사를 걸어왔다.

다른 엄마들이 내 아이들을 잘 챙겨주는 모습을 보면서 난 그 아이들을 모른다는 사실이 미안해 졌다. 딸은 신나하면서 "엄마. 얘가 내가 같이 자주 논다는 ○○이야"라고 소개해 줬다.

헤어질 땐 여전히 서먹하기도 하고 '내가 모임에 자주 나가는 것도 아닌데' 싶어 엄마들 연락처도 미처 묻지 못하고 돌아왔다.

그런데 오늘 근무 중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요약하면 "딸들이 요즘 아이들 같지 않게 인성이 잘 보존돼 있고 순수하다. 아이들끼리 노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감동받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또 만나고 싶다"라는 내용이었다.

인성이 보존돼 있다는 표현에 빵 터졌지만 내가 바쁘다는 핑계로 잘 챙기지도 못했는데 '그래도 우리 아이가 다시 함께 놀게 하고 싶은 친구 리스트에 들었구나'하는 생각에 퇴근길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요즘도 아이는 친구들이 모여 생일파티 등을 한다는 말을 들으면 자기도 가고 싶다며 눈을 반짝인다.

하지만 내가 쫓아가서 케어해주는 것도 아니고 파티가 끝날 시간에 데리러 갈 수도 없는데 뻔뻔하게 아이를 보내는 것은 쉽지 않다.

"왜 나는 생일파티 못 가? ○○이가 꼭 오라고 했는데"

복잡한 워킹맘의 속사정을 아직 이해하기는 어려운 아이에게 나는 애써 웃음을 지어 보인다. "엄마랑 이따 놀자~"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아이는 "다른 친구들은 다 가는데 나만 왜 못 가?"라고 따지고 든다.

"엄마가 같이 못 가니까 그런거야"라고 달래도 "엄마 없이 나 혼자라도 갈게"라고 당당히 요구하는 아이. 그 앞에서 "아니야 엄마가 같이 가야 갈 수 있는거야"라는 워킹맘의 변명은 궁색하기만 하다.

아주 가끔 친구 엄마로부터 "내가 데려갔다가 끝나면 우리집에서 놀게 할게요. 퇴근하고 데리러 오시든가 안되면 제가 데려다 주죠 뭐"라는 말을 들으면 그 얼마나 세상 더 없이 고맙게 느껴지는지.

"네 감사해요. 담주 주말에 △△이 시간되면 저희 집에 놀러오라고 해주세요"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간만에 친구와 함께 집에서 놀 수 있다고 즐거워할 아이를 위해서라면 주말 휴일 반납이야 얼마든지 하련다.

모임 하나가 뭐라고 엄마는 아이에게 죽을 죄를 지은 죄인이 됐다가 다시 날아갈듯 기쁘게 만들어주는 존재가 되곤 한다.

아이들은 우리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단단하고 똑똑하다. 내가 좀 부족해도 새로운 환경을 만나면 놀라울 정도로 빨리 적응하고 커가면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친구를 사귀리라 믿는다.

아이에게 완벽한 뭔가를 해줘야 좋은 부모라는 생각, 내가 뭔가 부족하고 잘하지 못해서 아이가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생각, 이런 짐들을 잠시 내려놓고 그냥 '내가 행복하면 아이도 행복하겠지' 싶은 마음으로 슬렁슬렁 육아를 해보기로 한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엄마와 아빠처럼 가까이 있는 가족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끈끈한 정을 나누는 일이 중요하다고 한다. 오늘도 난 퇴근하면 아이와 볼을 비비며 함께 하지 못했던 시간 동안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를 표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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