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고용동향 궁금증 6가지
재정 투입한 보건·복지 16만명↑…'공공 알바'로 20대 취업자 증가
제조업 취업자 감소 10월의 2배…질 좋은 일자리 급격하게 줄어
고령자 은퇴 안하고 계속 일해…농림·어업·65세 이상 취업 급증
[ 이태훈/김일규 기자 ] 지난달 취업자 수가 1년 전에 비해 16만5000명 늘어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고용 악화 속에 나온 ‘깜짝 반등’이다. 하지만 대부분이 공공행정 국방 보건업 등 공공부문에 해당하는 곳에서 늘었고,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제조업 분야에선 9만 명이 줄었다. 전문가들은 “‘깜짝 일자리 증가’는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공공부문 단기 일자리를 마련한 데 따른 착시 현상”이라며 “고용 상황이 호전됐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1) 공공부문 증가 왜?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2018년 11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는 2718만4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6만5000명 늘었다. 지난 1월(33만4000명) 후 취업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했다.
산업별로 분석해 보면 공공 일자리가 많은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 16만4000명 늘어 전체 취업자 수 증가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 공공행정·국방·사회보장 행정에서도 3만2000명이 증가했다. 정부는 지난 10월 고용상황 악화를 막겠다며 단기 공공일자리 5만9000개를 연내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근로기간이 2~3개월에 불과한 아르바이트 성격의 일자리인데 대부분이 공공행정, 사회복지서비스 부문에 몰려 있다.
(2) 제조업 일자리 빠르게 감소
반면 ‘질 좋은 일자리’로 분류되는 제조업에서는 취업자 감소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 수는 1년 전에 비해 9만1000명 감소했다. 감소폭이 올해 9월에는 4만2000명, 10월에는 4만5000명이었는데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8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지난달 수출실적은 증가했지만 폭이 둔화된 게 영향을 미쳤다”며 “작년 하반기 반도체 공장을 대거 증설했고 취업자가 급증했는데 이에 따른 기저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3) 도·소매업 취업자 감소폭 줄어
도·소매업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많이 받은 업종으로 꼽힌다. 지난달 도·소매업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6만9000명 줄었다. 감소폭은 10월(10만 명)보다는 줄었다. 도규상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중국인 관광객이 회복되면서 도·소매업과 음식점·숙박업에서 일자리 개선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4) 농림·어업 취업자 급증 이유는
지난달 농림·어업 분야에서는 취업자가 8만4000명 늘었다. 이 분야 취업자는 올 들어 계속 증가세다. 농림·어업이 국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귀농·귀촌 인구가 느는 점이 첫 번째 원인으로 꼽히지만 그것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고령의 농림·어업 종사자가 은퇴하지 않고 계속 일하는 경우가 늘어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5) 겨울철인데 일용직 늘어
지난달 일용직 취업자는 1년 전에 비해 2만1000명 늘었다. 지난해 10월 1만6000명 늘어난 이후 13개월 만의 첫 증가다. 통계청은 건설업 분야 일용직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10월 건설수주는 전년 동기 대비 12.6% 늘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갈수록 꺾이는 점을 감안하면 취업자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낙관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온다.
(6) 20대 취업자 증가
연령대별 취업자 증감폭을 보면 20대 취업자가 크게 늘었다. 지난달 11만1000명 늘어 60세 이상(27만 명)에 이어 가장 많이 증가했다. 30대와 40대 취업자가 각각 9만8000명, 12만9000명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통계청은 모바일게임 개발 등 정보통신업을 중심으로 20대 후반의 고용 여건이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단기 공공일자리 채용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는 취업준비생 등을 포함한 청년층(15~29세)은 사실상 실업률이 21.6%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태훈/김일규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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