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 인프라 열악한 한국
규제에 막혀 충전소 확대 차질…보조금은 올해 700대분에 그쳐
수소차 세계 첫 양산하고도 中·日에 따라잡힐 우려 커져
[ 장창민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2030년까지 수소전기차(FCEV) 50만 대 생산체제를 구축하겠다고 11일 발표했다. 정부도 2022년까지 수소차 1만5000대를 보급하고, 수소충전소를 310여 개로 늘릴 계획이다. 목표는 화려하지만 현실은 ‘진흙탕’이다. 수소차 대중화를 위해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수소차 구매자에게 주는 보조금이 대표적이다. 매년 예산 부족에 시달린다. 수소충전소 관련 규제도 여전하다. 한국은 2013년 수소차(투싼 ix)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뒤로 거북이걸음이다. 후발주자인 중국, 일본에 따라잡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로또’ 같은 보조금
현대차가 올해 3월 내놓은 차세대 수소차 넥쏘는 수증기만 나올 뿐 유해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아 ‘궁극(窮極)의 친환경차’로 불린다. 5분 충전으로 609㎞를 달릴 수 있다. 가격은 6890만~7220만원. 최대 3500만원의 보조금(정부+지방자치단체)을 모두 받으면 3390만~3720만원에 살 수 있다.
문제는 책정된 보조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시장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성장세를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책정된 정부의 수소차 국고보조금은 대당 2250만원이다. 선착순 또는 추첨을 통해 지급하는 지자체 보조금과 연계해 주는 식이다. 올초 예정된 보조금 대상은 약 240대. 하지만 2000대 가까이 사전예약이 몰리면서 ‘로또’ 같은 보조금을 받지 못해 차를 살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화들짝 놀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까지 더해 보조금 규모(총 484억원)를 늘렸지만 총 700여 대분에 불과했다. 1000명 넘는 계약자가 보조금을 받지 못해 구매를 포기했다.
부족한 수소충전소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국내 수소충전소는 서울, 울산, 광주 등 15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6곳은 연구용이다.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은 9곳에 불과하다. 충전소 한 곳을 건설하는 데 30억원이 필요하다. 이 역시 정부 지원(50%) 예산이 부족한 편이다.
치고나가는 中·日
수소충전소 부지 확보도 힘들다. 국내 규제 장벽 때문이다. 학교 및 전용주거지역, 상업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 등에는 충전소 건설이 제한된다. 유럽, 미국보다 훨씬 까다롭다. 정부는 최근 들어서야 개발제한구역 내 충전소 설치를 허용하는 등 일부 규제 완화에 들어갔다.
한국이 열악한 인프라와 규제로 주춤하는 사이 중국과 일본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수소차 100만 대, 충전소 1000개 이상을 보급한다는 ‘수소차 굴기’를 선언했다. 정부의 든든한 지원 아래 현지 완성차업체 10여 곳이 수소차 개발 또는 양산에 나섰다.
일본은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수소차 보급대수를 4만 대로 늘리겠다는 목표다. 정부가 충전소 설치 비용 50%에다 충전소 운영 보조금까지 지원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이 덕분에 일본 도요타는 2014년 수소차 미라이를 내놓은 뒤 지금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5000대 넘게 팔았다. 1년 먼저 출시된 현대차의 수소차 투싼 ix35의 누적 판매 실적은 1000대가량에 불과하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시장에서 수소차에 관심이 커지고 있을 때 정부가 지원을 대폭 늘려 대중화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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