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차별·비선별·투명성이 3원칙
콘텐츠 기업은 '망 중립' 원하지만
통신사업자는 "폐지 타당"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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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중립성의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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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슬라이싱과 망 중립성 논란
인터넷 출현 이후 줄곧 유지되었던 망 중립성은 전 세계적으로 완화 혹은 폐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망 중립성을 강하게 지지하던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2018년 6월 폐지되었으며, 유럽과 우리나라에서도 망 중립성 완화에 대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망 중립성 논란의 배경에는 모바일 콘텐츠 기업의 부상과 5G 통신기술의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이 존재한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은 네트워크의 물리적 확장 없이 트래픽 분산을 통해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도로의 폭은 넓히지 않으면서 차선을 다양한 폭으로 그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5G 시대에는 네트워크를 콘텐츠 특성에 맞게 쪼개거나 넓혀서 사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동영상 시청 시에는 고화질·대용량 콘텐츠의 빠른 전송이 가능하도록, 원격 의료 수술과 같은 생명과 직결되는 서비스의 경우 실시간에 가깝게 원거리 상황이 반영되도록 조절하여 한정된 네트워크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문제는 전체 도로 폭은 여전히 동일하기 때문에 한 차선을 넓게 그리면 필연적으로 다른 차선이 좁아진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혜택이 커지지만, 다른 누군가의 피해도 커지게 된다. 하지만 기업들은 네트워크 슬라이싱으로 인해 높아진 효율성은 5G의 활용 폭을 넓혀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3G 시대에 정립된 망 중립성이 5G 시대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투명성과 망 중립성
지금까지 망 중립성은 IT 혁신의 마중물로 기능해 왔다. 망 중립성 원칙 없이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플랫폼 기업들의 서비스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반면 통신업자들에 망 중립성은 혁신의 저해 요인이다. 콘텐츠 기업은 통신사업자가 막대한 투자를 통해 설치한 통신망에 무임승차해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벌어가는 형국은 통신사업자의 투자 유인을 낮춘다. 실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는 망 중립성 폐지의 근거로 3년간 상위 12개 통신사업자의 망 설비 투자 규모 감소(약 4조원)를 들었다. 5G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다양한 서비스 발전을 위해서는 망 중립성 폐지를 통한 인프라 설비 확장을 유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망 중립성에 대한 기업들의 입장은 보다 분명해지고 있다. 문제는 경제 전반적 차원의 접근이다. 이를 위해서는 ‘투명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상이한 입장을 취하는 미국과 유럽이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투명한 관리하에 망 중립성의 유불리를 판단하다는 점이다. 엄격한 트래픽 관리, 통신비 등의 투명한 관리가 이뤄진다. 투명성이 전제될 때 비로소 각자의 입장이 반영된 생산적 논의가 가능하다. ‘망 중립성의 원칙’이 비차별, 비선별 외에 투명성을 포함하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