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 기자의 생생헬스
'만병의 근원' 고도비만 치료법
내년 치료목적 수술 건보 적용
수술비 약 1000만→200만원
고도비만, 질병으로 인정해야
의지·생활습관으로 해결 어려워…수술 통해 사망위험 40% 감소
당뇨·고혈압 등 완치율도 높아져
환자 상태에 따라 맞춤치료
밴드·절제술로 위 작게 만들거나…음식물 내려오는 길 바꾸는 수술도
합병증·비만도에 따라 결정해야
[ 이지현 기자 ] 내년부터 고도비만 환자가 비만 수술을 받을 때 건강보험 혜택을 볼 수 있다. 700만~1000만원이던 수술 비용 부담이 150만~200만원으로 줄어든다. 고도비만 수술은 위의 크기를 줄이거나 음식이 내려가는 길을 바꿔 흡수가 덜 되도록 하는 수술이다. 올해 7월부터는 고도비만 수술이 당뇨환자를 치료하는 정식 수술법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미용을 위한 수술이 아니라 질환 치료를 위한 수술로 안착되고 있다. 고도비만은 어떤 질환인지, 이를 치료하는 수술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봤다.
BMI 30 넘으면 고도비만
비만에 대한 판단은 주관적이다. 이 때문에 체질량지수(BMI)를 기준으로 삼는다. BMI는 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대개 BMI가 30을 넘으면 고도비만으로 분류한다. BMI가 30을 넘어서면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질환 위험이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비만을 외모의 문제로만 판단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인식과 달리 전문가들은 비만을 질환으로 판단한다. 김용진 순천향대 서울병원 고도비만센터장(외과 교수)은 “당뇨병, 고혈압, 심장질환, 유방암 등 악성질환, 관절질환, 수면장애, 간질환 등은 비만과의 인과관계가 명백히 입증됐다”며 “비만인 사람이 체중을 줄이면 이들 질환 위험이 감소하기 때문에 비만은 질병”이라고 했다.
수술받으면 사망 위험 40% 감소
고도비만 치료의 효과는 정상 범위보다 초과한 체중을 얼마나 줄였는지를 통해 평가한다. 대개 초과 체중의 50% 이상을 감량한 상태로 체중을 유지하면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다. 김 센터장은 “몸무게가 100㎏으로, 초과 체중이 40㎏인 사람이 치료를 통해 20㎏ 정도를 감량해 유지한다면 치료가 적절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고도비만 환자를 보며 게으르거나 의지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비만은 의지와 생활습관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질환이다. 이 때문에 활용되는 게 고도비만 수술이다.
고도비만 수술은 다양한 해외 학술지에 효과가 발표되는 등 충분히 입증됐다. 2004년 고도비만 수술 환자 수십만 명을 분석해 미국 의사협회지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도비만 수술을 받은 환자의 76.8%는 당뇨병이 완치됐다. 고혈압은 61.7%, 고지혈증은 70% 정도가 완치됐다. 85.7%는 수면장애가 사라졌다.
세계 최고 권위 의학학술지 NEJM에 2007년 발표된 SOS연구도 비만 수술 효과를 입증한 대표적인 연구다. 1987년부터 10년간 고도비만 환자 4047명을 관찰한 결과다. 고도비만 수술을 받은 2010명과 수술을 받지 않은 2037명을 비교했더니 수술 환자는 감량한 체중을 유지하고 사망 위험도 줄었다. 하지만 운동, 식습관 개선, 약물치료 등에 의존한 환자는 요요 현상 등을 겪으며 장기적으로는 체중이 줄지 않았다. 미국 유타주에서 고도비만 수술을 받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비교했더니 수술 환자는 사망률이 40% 줄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흡연량 많은 환자, 밴드 수술이 나을 수도
대개 BMI 35 이상이거나 30을 넘으면서 당뇨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을 두 가지 이상 앓고 있으면 수술 대상으로 판단한다. 이들 환자는 건강보험 혜택을 볼 수 있다.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는 못하지만, 성인 당뇨로 불리는 2형 당뇨를 앓고 있으면서 과체중인 환자도 수술 치료를 고려해봐야 한다. 이때는 췌장이 제 기능을 하는지 검사받아야 한다.
수술법은 크게 세 가지다. 위에 밴드를 대는 위 밴드 수술은 1970년대 후반에 시작돼 가장 오랫동안 활용됐다. 식도와 위 상부 중간에 밴드를 감아 음식이 내려가는 길목을 좁혀 식사량을 줄이는 것이다. 수술 시간이 비교적 짧고 수술 자체의 위험이 작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밴드가 미끄러지거나 위벽 안쪽으로 파고드는 부작용이 생길 위험이 있다. 체중을 조절하는 효과도 다른 수술보다 조금 떨어진다. 이 때문에 초고도비만이 아니지만 체형 변화에 대한 욕구가 강한 환자들에게 더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흡연량이 많은 환자도 위 밴드 수술이 적절하다. 위를 자르거나 음식이 내려가는 길을 바꾸는 수술은 흡연과 연관이 있는 식도 역류나 연결 부위 궤양 등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환자 상태에 맞는 수술법 결정 중요
음식이 내려가는 길을 바꾸는 위 우회 수술은 고도비만 수술의 표준 수술법으로 불린다. 1970년대 십이지장궤양 환자의 위 아래쪽을 절제한 뒤 체중이 줄어든다는 것에 착안해 시작됐다. 최근 이뤄지는 루와이형 위 우회술은 30㏄ 정도의 상부 위 주머니를 만든 뒤 아래 소장을 끌어올려 음식이 소장으로 바로 내려가도록 하는 수술이다. 내시경을 활용한 복강경 수술이 이뤄질 정도로 안착됐다. 체중 감량 효과가 크고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 비만 관련 질환을 개선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다른 수술보다 큰 수술이기 때문에 수술 자체로 인한 합병증 위험이 크다. 수술을 통해 연결한 부위에 궤양이 생기거나 영양 문제로 빈혈 골다공증 등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있다. 음식이 지나가지 않도록 분리된 위 부분을 내시경으로 관찰할 수 없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위를 잘라내는 절제 수술도 늘고 있다. 세계 고도비만 수술에서 위 절제 수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5.3%에 불과했지만 2011년 28%까지 증가했다. 2011년 17.8%를 차지한 위 밴드 수술보다 수술 건수가 많다. 위 절제 수술은 위를 수직으로 잘라 바나나 모양으로 만드는 것이다. 음식이 내려가는 길은 같지만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양을 줄여 체중을 빼도록 도와주는 방법이다. 위 밴드 수술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좋다. 음식이 내려가는 길을 바꾸는 우회 수술보다 수술 시간이 짧다. 철분, 미네랄, 칼슘 부족 등의 영양 관련 합병증 위험도 비교적 작다. 위가 남아 있기 때문에 나중에 위암 등이 생겨도 내시경으로 찾아낼 수 있다. 그러나 작아진 위장에 인체가 적응하면 체중이 다시 늘어날 위험이 있다. 위가 작아지면서 역류성 식도염 등의 질환이 생길 우려도 있다.
김 센터장은 “당뇨병 등 비만 관련 질환 동반 여부, 비만도, 성별, 갑상샘 기능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자신에게 맞는 수술법을 판단해야 한다”며 “비만 자체를 만성 질환으로 받아들이고 고도비만 수술을 치료법으로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시급하다”고 했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김용진 순천향대 서울병원 고도비만센터장(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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