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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 前 삼성의료원장 "의료혁명 이미 시작…데이터 표준화가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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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과 병원의 미래 펴낸 이종철 前 삼성의료원장

은퇴 후 고향 창원 보건소장으로 근무
의사 76명과 '미래 병원' 분야별 정리

"변화 올라타지 않으면 변방으로 밀려
의사·간호사·의료기사 함께 변해야"



[ 이지현 기자 ] “삼성서울병원은 개원한 1994년부터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전자의무기록(EMR) 등을 도입했습니다. 종이에 익숙한 의사들이 준비 없이 사용하다 보니 이를 입력하는 전담 직원을 배치해야 했죠. 의사가 컴퓨터 자판을 쳐다보느라 환자 얼굴을 제대로 보지 않아 불만도 컸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런 시행착오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의사들이 먼저 준비해야 합니다.”

올해 2월부터 경남 창원보건소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종철 전 삼성의료원장(70·사진)은 “미국 뉴욕에서 찍은 환자 진단 영상을 돈이 적게 드는 인도 파키스탄에서 판독하는 시대”라며 “변화에 올라타지 않으면 한국은 변방으로 밀려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 의대를 나온 이 소장은 삼성서울병원장, 삼성의료원장, 삼성의료경영연구소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심사평가위원장 등을 지냈다. 삼성서울병원을 운영하며 국내 의료계에 환자 중심 진료체제를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지난달 《4차 산업혁명과 병원의 미래》를 출간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병원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를 분야별로 정리했다. 의료 전문가 76명이 참여했다. 대부분 직접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이다. 이 소장은 “의료 분야에 패러다임 시프트가 일어나고 있다”며 “이에 맞춰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등이 함께 변해야 한다는 생각에 책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은퇴한 뒤 2013년부터 미국 존스홉킨스대 블룸버그보건대학원에서 보건의료 정책 및 관리학을 전공했다. 임상 의사로 일하던 그가 보건정책을 배우면서 의료와 기술이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그는 “저자로 참여한 의료진이 미래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며 “3~5년 뒤 예상했던 미래가 실현됐는지 분야별로 업데이트한 책을 내는 게 또 다른 목표”라고 했다.

은퇴 후 고향인 창원으로 돌아간 그는 원격의료시스템, 커뮤니티케어 등으로 지역주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이 소장은 “1주일에 두 번 관내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만성질환 노인 등을 찾아 왕진을 한다”며 “불필요한 약을 빼주고 적절한 병원 진료과를 안내하는 것이 역할”이라고 했다. 그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환자를 보살피는 간호사도 돕고 있다”고 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변화에 대비하는 첫걸음은 데이터 표준화다. 그는 이렇게 쌓인 데이터가 궁극적으로 환자를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마트워치로 심근경색 환자의 위험 징후를 파악하고 가상현실(VR)을 활용해 인턴과 레지던트 등을 교육하는 시대는 이미 가까이 와 있다.

병원의 미래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규제다. 이 소장은 “규제는 어떻게 접근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지나치게 서두르는 방식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원격진료도 처음부터 지역 보건소에서 의료 질을 높이고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에서 출발했다면 반대할 명분이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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