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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취약계층 은행 빚 탕감'이 부를 시장왜곡, 책임질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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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취약차주들의 대출원금을 45%까지 감면해 주는 파격적인 ‘채무재조정 제도’ 도입을 금융당국이 추진 중이다. 지난 7월부터 검토해온 서민·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구체화시키고 은행들을 압박하고 있다. 애초 대출원금 감면율을 30%로 검토했지만, 시중 금리가 올라 상환부담이 커진 점을 감안해 45%로 대폭 높인 것으로 전해진다. 연체자에 대한 강제상환 자제, 채무조정 요청권 도입 등 다양한 방안들이 함께 검토되고 있다.

가계부채 급증, 주택대출금리 상승으로 가계의 재무적 리스크가 높아져 채무조정이 시급하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경제적 약자를 적극 도와야 한다’는 대의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빚에 짓눌린 채무자들의 정상적인 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원론적인 당위성이 무제한적인 지원을 정당화시킬 수는 없다.

당장 은행들은 “연체 한두 달 만에 빚을 깎아주자는 것인데, 이러면 누가 정상적으로 대출을 갚겠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대출금을 열심히 상환해온 사람들이 역차별을 받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채무자들의 집단적인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도 걱정스럽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워크아웃’, 법원의 ‘개인회생·파산’ 등 기존 제도를 무력화시켜 서민금융지원시스템 전반을 취약하게 만들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자유시장경제의 핵심적인 규범이자 가치인 ‘사적자치의 원칙’(계약자유의 원칙)을 훼손하는 건 더 심각한 문제다. 이렇게 되면 은행들이 취할 대응 조치는 뻔하다. 신용도가 낮은 취약계층에 대한 대출을 줄여 나가고, 결과적으로 이들을 금리가 훨씬 더 높은 사채시장으로 내몰고 말 게 분명하다.

‘채무재조정 방안’은 이렇게 금융시장을 왜곡시킬 게 뻔하다. 그런데도 강행하려는 것이 혹시라도 소득주도성장 등의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땜질 처방’을 위해서라면 곤란하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올해 은행들이 경영 호조를 보인 것과 관련해 “이익을 많이 낸 기업이 성의를 보이는 게 당연하지 않냐”는 약탈적 사고가 확산되는 것이다. 파이 키우기가 아닌 ‘거위 배 가르기’는 모두를 경제적 패배자로 만들고 만다. 너무나 많은 사례가 증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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