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상 중소기업부 기자 idol@hankyung.com
[ 이우상 기자 ] ‘협력이익공유제 도입 추진 협약식(안).’ 최근 SK, LG 등 대기업이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으로부터 받았다는 파일 제목이다. 협약식 일정은 2~3분 단위로 촘촘하게 짜여 있었다. 오전 10시에 시작해 개회 선언과 참석자 소개, 도입 계획 브리핑, 협약서 서명식, 기념 촬영 등이었다. 정부 부처가 진행하는 행사와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이 협약식 계획서를 받은 기업들은 불쾌해했다. 협약의 참여 주체인 기업들과는 전혀 상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협력이익공유제도의 핵심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특정 프로젝트에 대해 협약을 맺고, 성과가 나면 현금으로 성과를 공유하는 것이다. 정부는 기존 성과공유제를 효율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제도를 시행하더라도 도입 여부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결정한다. 법제화하는 것은 참여 업체에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줄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받아들이는 당사자들 생각은 다르다. 재계 관계자는 “동반성장지수, 공정거래협약 평가, 각종 실태조사 면제 조치 등 제도에 참여하지 않으면 많은 기회가 박탈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 자율에 맡기겠다는 발언은 믿기 힘들다”고 말한다. 반(半)강제적 제도가 될 것이란 얘기다.
시작부터 이 제도는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중기부는 심증을 굳힐 만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다른 재계 관계자의 말이다. “전화 통화도 아니고 이메일로 ‘대표와 중기부 장관의 협약 체결식을 12월12일에 하니 참석 여부를 알려 달라’고 보낸 건 ‘협약에 꼭 참석해야 한다’는 통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입법 전에 ‘대기업 양해각서(MOU) 1호 사례’를 만들어 야당 반대를 누그러뜨리려는 전략인 것 같다”고 했다.
정부가 협력이익공유제 도입을 두고 논란을 일으킨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 8월에도 대기업 대표들을 대상으로 제도 설명회를 하려다 재계가 반발하자 연기했다. 이런 중기부의 아마추어 같은 행태는 협력이익공유제를 ‘불만 붙이면 언제든 터질 수 있는 도화선’ 같은 이슈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중소기업청이 ‘부’로 승격한 지 1년 지났다. 중기부 행정도 그 수준에 맞게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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