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포털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핀테크(금융기술) 사업에서 거둔 성과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고 한다. 네이버는 일본에서 펄펄 나는데 카카오는 국내에서 기고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일본 자회사 라인을 통해 온라인 기반 대출, 증권·보험 및 투자상품 판매, 가상화폐거래소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2020년 인터넷은행을 설립하고,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지에도 진출한다는 복안이다. 미국 포천이 “라인이 세계가 주목할 핀테크업체로 성장했다”며 네이버를 ‘50대 유망기업’ 중 6위에 올려놨을 정도다.
반면 카카오는 국내 핀테크 사업이 첩첩산중 규제에 막혀 고전 중이다. 인터넷은행(카카오뱅크)의 자본투자를 규제한 은산분리가 지난 9월 완화됐지만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또 거쳐야 한다. 증권거래 앱(카카오스탁)은 비대면 투자일임계약이 금지돼 고객 확보에 애로를 겪다 간신히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정부가 핀테크를 혁신이 아닌 위험의 시각으로 접근한다”는 업계의 지적이 실감 난다.
일본도 핀테크에선 앞선 나라가 아니었다. 핀테크 이용도(월평균 2개 이상 서비스 이용자 비중)에서 일본은 지난해 14%로 중국(69%) 인도(52%)는 물론 한국(32%)보다 낮았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핀테크를 5대 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자 폭발적인 성장세다. 이에 반해 한국에선 정부·정치권이 혁신성장을 외치지만 규제를 풀어도 찔끔찔끔이다. 신산업의 1년이면 전통산업의 10년에 맞먹는다는 절박함도 모른 체한다.
그렇다 보니 신산업에 성공하려면 해외로 나가야만 한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당뇨폰 개발업체가 규제에 막혀 10여 년째 해외를 맴도는 것과 같은 사례가 한둘이 아니어서다. 국내 스타트업이 심전도 측정기능의 스마트워치를 개발하고 3년간 허가에 목매는 동안 애플에 선수를 빼앗긴 사례도 있다. 현대자동차는 국내 카풀업체에 50억원을 투자했다가 규제와 택시업계 반발에 막혀 처분하고 동남아, 호주, 인도 등의 업체에 투자하고 있다. SK텔레콤은 국내에서 못 하는 모바일 헬스케어 사업을 중국에서 대대적으로 펼친다.
제조업은 물론 신산업까지 사람도, 투자도 해외로 내쫓으면 어디서 일자리가 생기겠나. 중국 일본도 되는 게 왜 한국에서만 안 되는지 깊이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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