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中 불공정행위 규제 못하고
(2) 中 개발도상국 혜택만 누려
(3) 美에 불리한 판정 '불만'
G20도 WTO 개혁 동참키로
[ 김현석 기자 ] “현재 무역시스템은 당초 목표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를 개선하는 데 필요한 개혁을 지지한다.”
1일(현지시간) 폐막된 아르헨티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발표된 공동선언문의 일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그동안 ‘WTO가 제 역할을 못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지만, 주요국 정상들 모임에서 WTO 개혁이 공식화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문구는 미국 정부가 강력히 주장해서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WTO를 여러 차례 강도 높은 어조로 비판했다.
호베르투 아제베두 WTO 사무총장은 “이전까지 논의는 WTO 개혁이 필요한지에 대한 것이었지만, 이번 회의로 개혁에 대한 대화가 막 시작됐다”고 말했다.
WTO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불만은 크게 세 가지다. 대부분은 중국과 관련한 불만이다. 케빈 헤셋 미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은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WTO에 가입한 나라가 중국과 같은 행동을 하는 사례를 본 적이 없다”며 “중국을 축출하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선 미국은 WTO 분쟁해결제도가 중국 등의 불공정 행위를 제대로 규제하지 못한다고 강하게 비판해왔다. 예를 들어 WTO의 보조금 규정으로는 중국 정부가 교묘하게 국유기업을 지원하는 관행을 적발하기 힘들다. WTO가 새 규칙을 제정하거나 규칙을 바꿔야 할 때 164개 회원국 만장일치를 거치도록 하고 있어서다.
잭 코포널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중국 등 일부 회원국은 WTO의 교착 상태를 활용해 각종 수입장벽을 유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음으로 WTO가 중국 등을 개발도상국으로 간주해 특혜를 주고 있는 데 대해서도 미국은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164개 회원국 중 3분의 2가 개도국으로 간주돼 각종 의무에서 면제된다. G20 국가 가운데서도 중국을 비롯해 10개국이 개도국 지위를 누린다. 회원국 스스로 자국의 지위를 정의하도록 하고 있어서다.
또 미국은 공정한 무역질서를 구현하기 위해 반덤핑 관세 등을 활용할 권리를 WTO가 불공정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게 불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말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WTO가 미국에 더 나은 대우를 하지 않으면 탈퇴하겠다”며 “미국은 작년을 제외하고 소송에서 이긴 적이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DC에 있는 카토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은 WTO에 제소를 당한 사건에서 90%가량 패했다.
미국은 특히 WTO의 분쟁해결제도가 통상 주권을 침해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에 불공정한 판정을 내렸다’는 이유를 앞세워 임기가 끝난 WTO 상소기구 위원들의 자리를 채우지 않고 있다. 현재 일곱 명 중 네 자리가 공석이다.
WTO는 기구와 시스템 개혁 요구가 갈수록 비등하자 1995년 1월 창설 이래 처음으로 지난 10월 말 13개국 통상장관 소그룹 회의를 열어 개혁방안을 논의했다. 다만 미국과 중국은 참여하지 않았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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