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제2금융권의 대출 연체율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이미 저축은행과 보험사의 연체율에는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이자 부담이 큰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OK·SBI·웰컴·애큐온·JT친애 등 주요 5대 저축은행의 올해 6월 기준 대출액은 지난해 말보다 감소한 반면 연체액은 더 늘었다.
소액신용대출 연체액은 작년 12월 416억7700만원에서 올해 3월 437억3800만원으로 20억6100만원(4.9%) 늘었고, 6월 439억100만원으로 증가세를 지속했다. 소액신용대출액은 5521억6700만원으로 지난해 말(6225억1300만원)보다 11.3% 감소했다.
보험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보험사 가계대출 잔액은 올해 3분기 말 현재 119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조3000억원(1.1%) 증가했다. 보험계약대출(61조9000억원)이 1조원, 주택담보대출(46조2000억원)이 3000억원 늘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0.54%에서 0.59%로 0.05%포인트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0.34%에서 0.38%로 뛰었고, 주담대 외 가계대출 연체율은 1.33%에서 1.43%로 0.10%포인트 올랐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앞선 금리인상의 영향으로 저축은행과 보험사의 대출금리가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고, 경기가 더딘 회복세를 보이면서 연체율이 조금씩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은 초저금리 시대에 대출을 받았던 대출자주, 그중에서도 취약자주에게 직격탄이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각각 0.5%포인트, 1%포인트, 1.5%포인트 오를 경우 고위험가구의 금융부채 규모는 각각 4조7000억원, 9조2000억원, 14조6000억원 불어난다. 고위험가구는 원금·이자를 갚을 능력을 나타내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를 넘고 자산을 팔아도 부채를 상환할 능력이 취약한 가구를 뜻한다.
취약차주의 부실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는 이미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취약계층을 위해 마련한 대출상품들에도 일찍이 연체율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실에 따르면 햇살론의 연체율은 작년 말 5.46%에서 올 7월 8.1%로, 같은 기간 미소금융은 3.9%에서 4.6%로, 새희망홀씨는 5.46%에서 8.1%로 악화됐다.
고용과 소득 측면에서 이미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 취약차주에 대한 정책적인 대응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민주평화당 장병완 의원은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과도한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면서 "가계부채를 줄이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상대적 약자인 금융소비자들에 대한 보호 대책을 철저하게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