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2배·5년 고용보장 내걸어
대기업 협력사 M&A도 나서
美는 '인력 빼가기' 본격 견제
[ 좌동욱 기자 ]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한국 첨단산업 핵심 인력과 기술을 빼가려는 중국 기업들의 시도는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 협력회사에 인수합병(M&A) 또는 지분 투자를 추진하거나 위장취업 등으로 기술을 이전하는 방식까지 활용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업체 가운데 한국 인력 영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허페이창신, 칭화유니, 푸젠진화 등 중국 3대 반도체업체다. 인력 영입을 통해 뒤처진 메모리반도체 기술을 단번에 따라잡으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들 중국 업체는 최근엔 국내 반도체기업 퇴직자를 고용하고 영입 인력 리스트를 작성해 핵심 인재를 체계적으로 빨아들이고 있다. 정년을 앞둔 반도체 인력에게 ‘연봉 2배, 5년 고용 보장’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어 공부 등 자녀 교육 목적으로 중국 업체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 소재 및 장비 기업에 대한 M&A 시도도 늘고 있다. 반도체 장비업체 D사 대표는 “최근 중국 반도체기업으로부터 지분 투자를 제안받았는데 8명으로 팀을 꾸려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를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있었다”고 귀띔했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2, 3차 협력사를 노린다는 게 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지난 6월엔 수원지방검찰청이 플렉시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을 유출하기 위해 국내 기업에 위장 취업한 중국인 이모씨 등 3명을 구속기소했다. 중국 업체 소속인 이씨는 국내 기업 직원에게 관련 기술을 확보해 중국 업체로 이직하면 기존 연봉의 세 배인 2억원을 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기업들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대만의 글로벌 선진기업에서도 인력과 기술을 가져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달 초 “미국 정부가 중국의 푸젠진화반도체에 대해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한 것은 중국의 반도체 인재 빼가기에서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반도체사업을 국가 중점사업으로 선정하고 미국 기업에서 반도체 인재들을 공격적으로 영입하자 본격적인 견제에 나섰다는 것이다. FT에 따르면 중국은 10년 전부터 첨단산업 분야에 ‘1000명 인재 플랜’을 세우고 스카우트하고 있다. 중국 기업은 TSMC, UMC 등 대만의 주요 파운드리업체 인력도 공격적으로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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