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기업인 명예의 전당'에 오른 김현숙 경신그룹 회장
평범한 주부에서 車부품사 CEO로
낮에는 일 배우고 밤에는 경영 공부
30년 만에 300억 회사 100배 키워
"세계시장 도전 女기업인 많아져야"
[ 전설리 기자 ] 여섯 아이를 키우던 주부가 49세에 자동차 부품업체 경영자가 됐다. 막막했다. 경영은 물론 자동차 부품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매일 오전 6시 일어나 회사로 출근했다. 작업복을 입고 일을 배웠다. 일을 마치면 학교로 달려갔다. 숭실대를 시작으로 연세대·서울대·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여성경제인협회·서강대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했다.
그렇게 10년간 낮에는 일하고 저녁엔 대학 강의를 들었다. 이 주부가 경영을 시작한 1985년 300억원이던 회사 매출은 30여 년 만인 2017년 3조원으로 성장했다. 직원 수는 2만 명. 끊임없이 배우는 자세로 중견기업을 일궈냈다.
김현숙 경신그룹 회장(82·사진)의 얘기다. 남편 이기홍 사장은 현대건설에서 퇴임해 1974년 국내 최초 자동차 배선업체인 경신공업을 설립했다. 1985년 남편의 작고로 김 회장이 회사 경영을 떠맡았다. 한국 여성 기업인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그는 ‘제2회 여성기업인 명예의 전당’ 헌정자로 선정됐다.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는 지난 28일 서울 역삼동에 있는 센터에서 김 회장과 한무경 이사장, 재단 이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명예의 전당 헌액 제막식을 했다.
김 회장은 독서와 메모가 자신을 일으켜세운 힘이라고 말한다. 그는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좋은 책은 단체로 주문해 임직원에게 나눠줬다. 직원이 똑똑해야 회사가 망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매일 경영일기를 쓰고, 학교에서 배운 것과 그날 읽은 책, 신문 스크랩에 2시간 이상씩 투자했다. 조찬 모임은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배운 것은 실천했다.
김 회장은 올초 펴낸 자서전 《나의 행동이 곧 나의 운명이다》에서 “몸은 고달팠지만 열심히 쫓아다니고 공부하고 들은 것이 차곡차곡 쌓여 현장경영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내가 경신을 일군 가장 큰 원동력은 행동력과 도전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제막식에서 “세계를 향해 승부하고 도전하는 여성 기업인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여성 기업 발전과 후배 양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는 탁월한 경영활동으로 기업 성장과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한 여성 기업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지난해 여성기업인 명예의 전당을 신설했다. 지난해엔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을 헌액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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