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얼마 전 국회에 출석해 “어떤 집단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고 했다. 경찰을 관할하는 주무장관으로서 당시 도심에서 연일 불법 시위를 벌이던 민주노총을 향한 경고였다. 그의 발언은 ‘친(親)노조’ 편향 정책에 실망한 많은 국민에게 적잖은 안도감을 안겼다.
김 장관의 발언은 이제 겨우 10여 일 지났지만 벌써 식언이 될 판이다. 대표적 노사분규 사업장인 유성기업에서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조합원 7명이 노무담당 임원을 집단폭행해 중상을 입히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노조원들의 행태는 테러집단을 연상시킨다. 50여 명의 노조원이 회사 대표이사 집무실로 몰려가 문을 부수고 난입한 뒤, 책상과 집기로 다시 문을 막고 한 시간가량 폭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가 아수라장이 됐지만 경찰 대응은 한심하기 이를 데 없었다. 여섯 차례의 출동요청에 20여 명의 경찰이 도착한 뒤에도 폭력사태 종료 시까지 40여 분 동안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이다. 공권력으로 폭력사태를 저지하기는커녕 노조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욕설과 조롱을 듣는 수모도 겪었다. 뒤늦게 전담팀을 만들고 부산을 떨고 있지만, 이래서야 신뢰를 얻기 힘들다. 오죽하면 폭행 피해 당사자조차 경찰을 믿지 못해 입원한 병원도 알려주지 않고 있다고 한다.
유성기업은 8년째 극심한 노사분규를 겪고 있는 ‘요주의’ 사업장이다. 자동차 핵심 엔진부품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했음에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연봉 복지 등도 부러움을 살 정도지만 2011년 ‘주간 2교대’ 근무도입 과정에서 격렬한 분쟁이 시작됐다. 이후 파업 미참가자에 대한 신변 위협과 폭력행사가 상습적이라고 할 만큼 빈번해졌다. 경찰을 폭행해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을 정도다. “폭행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경찰의 해명이 변명으로 들리는 이유다.
일련의 사태전개는 ‘무법천지’라는 말을 실감나게 한다. 지난주 민주노총이 “유성기업 조합원들과 연대투쟁하겠다”고 다짐한 직후에 터진 점도 예사롭지 않다. “상해를 입히거나 기물파손 시 철저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던 김 장관은 그 다짐을 실행에 옮길 때가 왔다. ‘노조 공화국’에 맞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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