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어락' 주연 맡은 공효진
소통 단절된 독신자 공포 그려
강한 캐릭터에서 연기 변신
스릴러 연기에 더 노력할 것
[ 유재혁 기자 ]
드라마에서 따스하고 사랑스러운 배역을 많이 해 ‘공블리’(공효진 러블리란 뜻)란 별명이 있는 공효진이 다음달 5일 개봉하는 영화 ‘도어락’에서는 원룸에서 피살 위협에 처한 독신여성 경민 역을 맡았다. 이웃과의 소통이 단절된 1인 가구의 공포를 형상화한 스릴러물이다. 평범한 직장인인 경민은 공효진이 영화에서 주로 해온 개성 강한 캐릭터가 아니라 범죄자 앞에서 꼼짝 못하는 소심하고 평범한 여성이다. 새로운 캐릭터로 연기 변신을 시도한 공효진을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새 장르나 자극을 느끼고 싶은 분들이 볼만한 영화예요. 강한 메시지보다 끔찍한 사건을 겪어내는 한 여성의 고군분투를 담았어요. 시사회를 본 관객들이 너무 무섭다고 얘기해서 권하기 쉽지 않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하하. 이렇게 홍보하기 어려운 영화도 처음이네요.”
경민은 극중 동료가 폭행당하고 있는데도 겁이 나 덤비지 못한다. 여성이긴 하지만 너무나 나약하다며 자책한다. 그러다 살인마와 단둘이 고립된 상황에 몰렸을 때 목숨을 걸고 싸움을 벌인다.
“죽음의 위협이 눈앞에 닥쳤을 때에 이르러서야 살인마와 맞대결할 수 있다고 봤어요.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강한 여자가 아니라 반대 역할이어서 더 흥미로웠습니다. 제 취향에 따라 강한 캐릭터를 많이 해온 데서 벗어나 대중이 좋아하는 평범한 배역을 해보고 싶었어요. 상업적인 작품에 대한 목마름이 컸습니다.”
그는 ‘괜찮아, 사랑이야’ ‘주군의 태양’ ‘최고의 사랑’ 등 히트 드라마들에 많이 출연했지만 영화 대표작은 ‘싱글라이더’ ‘미씽’ 정도에 불과할 만큼 흥행작이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취향의 캐릭터를 고르다 보니 비주류 영화에 많이 출연하게 됐다.
“드라마를 안 보시는 영화 쪽 관계자들에게는 제가 어려운 배우였어요. 제가 이런 걸 안 좋아할 것 같다고 얘기하더군요. 영화 쪽에서는 호불호가 강한 타입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걸 알았어요. 편하고 쉬운 배우로 다가서고 싶더군요.”
그는 스릴러 장르의 연기가 드라마보다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놀람이나 불안, 공포의 감정에는 상중하가 있어요. 그런데 3.2도나 3.6도나 강도의 차이가 표정에 나타나지 않았어요. 잘 쓰지 않던 얼굴 근육 때문이죠. 저 스스로 연기에 답답함을 느꼈어요. 앞으로 더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공효진은 지난 23일 TV 홈쇼핑에서 ‘도어락’ 예매권 판매 방송에 직접 쇼호스트로 나섰다. 영화의 주연 배우가 홈쇼핑에 출연해 예매권을 판매한 것은 국내 처음이었다.
“영화에 대해 무섭다는 반응이 많다 보니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었어요. 막상 생방송으로 홈쇼핑해보니 판촉 체질이더군요. 호호.”
그는 팬들이 ‘공블리’란 별명을 오랫동안 불러준 데 대해 감사함을 표한 뒤 누군가에게 물려줘야 한다면 ‘마블리’(마동석)가 적당할 것 같다고 했다.
“‘블리’를 동석 오빠에게 붙이니까 더 재밌어요. 꽃미남 배우에게 붙인다면 닭살스러운 별명일 거예요. 아무튼 공블리란 수식어는 제게 큰 영광이에요. 사실 별명 있는 배우는 많지 않아요. ‘소간지’(소지섭) 정도밖에 없잖아요.”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