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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118년 만에 닥친 '재테크 최악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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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외환 등 70개 투자자산의 90%가 '마이너스 수익률'

글로벌 투자자산 피난처가 없다

25년 만에 주식·채권 동반 하락…유가, 고점대비 30% 이상 폭락
유로·파운드·엔화 가치도 급락…도이체방크 조사 후 '최악'

'대공황' 한창이던 1931년에도 마이너스 수익률 자산비중 77%
지난해 이맘때엔 1% 불과



[ 김현석 기자 ] 2018년은 지난 118년의 세계 투자 역사에서 가장 수익을 내기 어려웠던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주식과 채권, 원유와 외환, 부동산 등을 포함하는 70개 주요 투자자산군(群) 중 63개 자산군의 투자수익률이 연초 대비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어서다. 90%에 달하는 투자자산군에서 손실을 보고 있다는 얘기다.

1901년부터 집계된 투자자산별 수익률을 비교했을 때 올해처럼 손실을 낸 자산군 비중이 높았던 적은 없었다. 투자자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침은 있었지만 자산 분산을 통해 어느 정도 수익을 확보했으나 올해는 그렇지 않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주식, 채권은 물론 원유와 외환, 심지어 가상화폐까지 자산 가치가 동반 폭락하면서 극심한 좌절을 겪는 투자자들이 세계 각지에서 넘쳐나고 있다. 투자자들은 수익은커녕 자금을 그냥 묻어놓을 ‘피난처’를 찾아 헤매는 처지다.


‘어디에도 기댈 언덕이 안 보인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도이체방크가 가격을 추적하는 70개 투자자산군 가운데 90%가 올 들어 지난 23일까지 미 달러화 기준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투자자산 10개 가운데 9개는 손해를 보고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투자자산군의 마이너스 수익률 비중은 1901년 이후 가장 높다.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1년에도 이 비율은 77%에 그쳤다.

지난해 이맘때쯤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투자자산 비중은 1%에 불과했다. 달러 상승폭(4.7%)을 제외하고 해당국 환율로 산정해도 70개 자산군 중 66%인 46개가 하락한 상태라고 WSJ는 전했다.

주식은 유럽과 중국, 한국 등 주요 증시가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했다. 상대적 강세를 보이던 뉴욕증시는 이달 들어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채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올해 금리가 지속적으로 올라 채권값도 약세다. 지난 30여 년간 주식이 내리면 채권값은 올랐던 것과는 상반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주식과 채권이 동반 하락한 것은 25년 만에 처음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0월 초까지 강세를 보이던 유가도 이후 약세로 돌아서 고점 대비 30% 이상 추락했다. 옥수수 콩 등 곡물 가격은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급락했다.

외환시장에서도 달러 강세로 인해 터키 아르헨티나 중국 등 신흥국 통화뿐만 아니라 유로화 파운드화 엔화 등도 가치가 하락했다. 최근엔 가상화폐 비트코인마저 4000달러 밑으로 폭락해 작년 10월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금은 안전자산으로 꼽혀왔지만, 올해는 예외다. 각종 투자자산 가치 하락 속에 금값도 올 들어 8%가량 내렸다. 부동산 경기도 국가별로 흐름이 엇갈리고 있다.

‘신중하게 접근하고 위험 분산하라’

대부분의 투자자산 가치가 하락하면서 월스트리트 투자회사들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투자회사 T로프라이스의 토머스 폴루엑 멀티애셋 책임자는 “그렇게 나쁜 해로 느끼지 못해왔지만 돌이켜보면 꽤 비참한 해였다”고 말했다. WSJ는 “투자자들에게 피난처가 사라졌다”고 지금의 암울한 상황을 표현했다.

뉴욕증시에서만 지난 9월 고점 이후 약 3조달러 가치가 사라졌다. 특히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 이른바 ‘팡(FAANG)’ 주식에 투자해온 펀드는 큰 손실을 봤다.

청산하는 헤지펀드도 속출하고 있다. 글로벌 헤지펀드 산업에서 널리 이용되는 벤치마크인 HFRI 펀드가중종합지수는 올 들어 1.86% 떨어져 지금까지 성적표로는 2011년 이후 최악이다.

내년 투자 전망은 엇갈린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AML)는 신용여건이 나빠지고 기업실적 성장세가 둔화되는 만큼 주식의 대안으로 현금을 제시했다. 하지만 조 지들 블랙스톤 투자전략가는 “증시 약세는 불안한 투자 심리 때문이며 미국 기업이나 경제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WSJ는 강세장 유지를 내다보는 회사들도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UBS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미국 주식 투자를 유지할 것을 권고하면서도 위험 분산을 위해 약세장에 대비한 ‘풋옵션 매수’ 등 헤징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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