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쪼개기에 연초 대비 5분의 1토막…홍콩 등 거래소 규제 강화 영향도
[ 김순신/강경민 기자 ] 가상화폐 가격이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가상화폐 ‘하드포크(체인분리)’로 공급이 늘어난 데다 세계 각국이 규제에 나서면서 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거래소인 빗썸에서 비트코인은 23일 오후 3시 전날보다 7.8% 하락한 코인당 489만원에 거래됐다. 비트코인 가격이 500만원 아래로 주저앉은 것은 작년 10월 이후 13개월 만이다. 연초 2500만원까지 치솟은 것과 비교해 5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비트코인은 올 1월 최고점을 찍은 뒤 700만~800만원 수준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왔다.
가상화폐 가격 폭락의 직접적 원인으론 하드포크로 인한 가상화폐 공급 증가가 꼽힌다. 비트코인캐시는 지난 15일 하드포크를 단행했다. 하드포크는 기존 블록체인의 기능 개선을 위해 새로운 블록체인 시스템으로 분리하는 방식을 뜻한다. 비트코인캐시는 비트코인에서 하드포크된 가상화폐로, 여기서 또 다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캐시SV가 만들어졌다.
비트코인 규제에 나선 각국 정부의 움직임도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홍콩 증권감독위원회(증감회)는 지난 1일 ‘무면허’ 가상화폐거래소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포트폴리오의 10% 이상을 가상화폐에 투자하려는 관리 회사는 증감회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 기존에는 가상화폐공개(ICO) 등 가상화폐 관련 활동이 홍콩시민을 대상으로 한 경우에만 증감회에서 면허를 취득하거나 증감회에 등록하도록 했다.
미국 금융당국도 본격적으로 ICO 규제 강화에 나섰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등록하지 않고 증권형 토큰을 통해 투자금을 모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 에어폭스와 파라곤에 25만달러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앞서 SEC는 일부 ICO가 증권 거래에 해당할 수 있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증권거래법에 따라 규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SEC가 ICO에 나설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대해 기업공개(IPO)와 마찬가지로 감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해석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일부 거래소에서 서버 문제로 거래가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을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꼽았다. 업비트는 전날 오전 8시34분부터 매매 서비스가 일시 중단됐다가 약 2시간 뒤 정상화됐다.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장애를 겪으면서 이들까지 멈춘 것이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각국 규제가 강화돼 신규 자금 유입이 어려워진 데다 공급이 늘어나며 가상화폐시장이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CNBC방송은 비트코인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3500달러 선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순신/강경민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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