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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 익힌 연출 솜씨로
배우들의 '케미' 잘 살려내
'완벽한 타인' 450만명 동원
저예산으로 흥행 성공 보여줘
[ 유재혁 기자 ] 영화 ‘완벽한 타인’이 지난달 31일 개봉된 뒤 흥행 상위권을 유지하며 이달 20일까지 449만 명의 관객 동원을 기록했다. 올해 개봉한 코미디 영화 중 관객 수가 가장 많다. 총제작비 58억원인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 180만 명도 훌쩍 넘었다. 중년의 세 부부와 한 명의 싱글남 모임에서 휴대폰으로 오는 전화, 문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모두 공개하는 게임을 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 이야기다.
연출자 이재규 감독(사진)이 ‘스타 PD’ 출신으로는 드물게 흥행과 비평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데 영화계가 주목하고 있다. 국내에서 PD 출신으로 영화에서 성공한 사례는 ‘조선명탐정’ 시리즈의 김석윤 감독뿐, 일반적인 사례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드라마와 영화 간 높은 벽이 놓여 있다.
전찬일 평론가는 이 감독의 성공 비결에 대해 “드라마에서 익힌 연출 솜씨를 이 영화에서 발휘한 것”이라며 “좁은 공간에서 배우들의 ‘케미’를 잘 살려냈다”고 평했다.
작품의 원작은 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 이 감독은 스마트폰이란 친밀한 소재로 인간의 이중성을 드러내는 이야기가 재미있어 영화화했다고 한다. 그는 원작을 한국적인 상황으로 ‘영리하게’ 각색했다. 가령 염정아와 유해진 부부가 안고 있는 ‘시부모 벽’을 이탈리아 원작보다 심각하게 그렸다. 식탁 위에서 벌어지는 상황인 만큼 배우들 간 호흡이 관건이었다. 그러자면 배우들이 친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배우들이 매일 식사를 함께하도록 유도했고 서로 친해지면서 애드리브가 자연스럽게 살아났다고 얘기했다.
드라마 ‘다모’(2003)와 ‘베토벤 바이러스’(2008) ‘더킹 투하츠’(2012) 등으로 ‘폐인’ 시청자를 양산했던 이 감독은 2014년 ‘역린’(384만 명)으로 영화계에 데뷔했다. 이때 흥행 면에서는 선전했지만 비평적으로는 뭇매를 맞았다. ‘역린’은 스케일 중심의 액션물로 섬세함이 부족했다. ‘완벽한 타인’은 4년 만에 내놓은 두 번째 영화였다. 강유정 평론가는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갖고 저예산으로도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대작 위주로 흐르는 영화계에 경고를 준 셈”이라고 말했다.
2015년 제작사 필름몬스터를 세운 이 감독은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제작과 연출을 겸하고 있다. ‘완벽한 타인’ 이후에는 OCN ‘트랩’의 제작자로 나선다. “영화와 드라마가 서로 닮아가고 있다”는 이 감독의 행보가 주목된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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