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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빚, 경제활동인구 1인당 5400만원 육박…금리 인상 견뎌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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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3분기 가계신용 발표…1514조로 사상 최대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손꼽히는 가계빚이 처음으로 1500조원을 돌파했다. 가계빚 증가세는 7분기 연속 둔화됐지만 여전히 가계소득보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산술상 경제활동인구 1인당 가계빚이 5400만원에 육박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향후 저소득·저신용 취약계층 가계대출의 부실화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 가계빚 1514조로 또 사상 최대…3분기 22조 증가

올 3분기 말 기준 가계빚이 1500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3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가계신용은 1514조4000억원으로 2분기 말(1492조4000억원)보다 22조원(1.5%) 증가했다. 가계신용은 가계 부채를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가계가 은행·보험사·저축은행·대부업체 등 각종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과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을 합산한 수치다.

3분기 가계신용 증가액은 직전 분기(24조1000억원)와 지난해 3분기(31조4000억원)보다는 감소했다. 계절적 요인을 배제해 3분기 기준으로 가계신용 증가 규모를 비교하면 2014년 3분기(20조6000억원) 이후 최저 수준이다.

가계신용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6.7%를 기록해 2014년 4분기(6.5%) 이후 최저치였다. 증가율은 2016년 4분기 11.6%를 기록한 후 이후 7분기 연속 둔화됐다.

가계대출은 1427조7000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18조7000억원 늘었다. 3분기 가계대출 증가액은 직전 분기(22조원)와 지난해 같은 동기(28조3000원)보다 축소됐다.

업권별로 2분기보다 은행권 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이 8조6000억원 늘어 직전 분기(6조원)보다 증가분이 확대된 결과다. 아파트 입주 물량이 올해 분기당 10만호를 상회하면서 집단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증가세가 지속됐다. 반면 오토론과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5조6000억원 늘어 직전 분기(6조8000억원)보다 증가 규모가 축소됐다. 추석 상여금 등 계절성이 반영되면서 증가세가 둔화됐다는 분석이다.

상호금융·상호저축은행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은 대출 증가폭이 축소됐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잔액은 317조2000억원으로 2분기에서 제자리걸음했다. 직전 분기(2조6000억원), 전년 동기(4조3000억원)보다 대출 증가폭은 크게 감소한 셈이다. 규제 강화 여파로 주택담보대출이 직전 분기보다 1조5000억원 줄었다. 반면 기타 대출은 1조5000억원 늘었다. 다만 기타 대출 증가 규모는 직전 분기(3조3000억원), 전년 동기(2조3000억원)보다 감소했다.

◆가계 소득보다 빠르게 늘어나는 빚…경제활동인구 1인당 5400만원 육박

2013년 1000조원을 넘은 가계빚은 약 5년 만에 1500조원도 넘어섰다. 가계소득 대비 빠른 속도로 불어나며 대출자들의 빚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가계신용은 1514조4000억원, 15세 이상 인구는 4423만7000명, 경제활동인구는 2807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산술적으로 15세 이상 인구 1인당 3423만원, 경제활동인구 1인당 5393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경제활동인구란 만 15세 이상 인구 중 조사기간 재화나 용역을 생산하기 위해 노동을 제공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경제 규모 성장에 따른 대출자산 증가 추세를 고려하더라도 가계소득 대비 빠르게 빚이 늦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 전체 가구의 월평균 명목 소득은 1년 전보다 4.2% 증가했다.

문소상 한은 금융통계팀 팀장은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정책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됐다"면서도 "여전히 지난해 가처분소득 증가율 4.5%에 비춰 소득보다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가계부채 부담은 가중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계신용은 2013년 4분기 1019조원을 기록하며 1000조원을 넘은 후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왔다. 특히 최근 3년새 30% 뛰며 크게 늘었다. 부동산 시장 활황세가 지속되면서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했고, 가계부채 대책의 '풍선 효과' 등으로 제2금융권의 대출도 늘었다.

이 가운데 잔액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올해 상승일로를 나타내 대출자들의 빚 부담이 우려되고 있다.

한은의 '9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9월 잔액 기준 예금은행 가계대출(이하 잔액 기준) 금리는 3.57%로 2015년 7월(3.58%) 이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월(3.57%)과 같은 수준을 기록했으나 여전히 높다. 잔액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2016년 4분기 3.17%까지 떨어진 후 다시 상승세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해 11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전후로 3.3%대로 진입한 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은, 11월 금리 인상 전망…전문가 "취약차주 이자부담 가중 우려"

11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저신용·다중채무자 등 금융 취약계층의 이자부담이 한층 가중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변동형 대출금리의 산정 기준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14개월 연속 상승했고, 강화된 대출 규제 여파로 은행 문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취약차주의 부담 가중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은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 상태(통상 하위 30% 이내)이거나 저신용(7~10등급)인 사람들을 취약차주로 분류한다. 지난 6월 말 기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저신용인 취약차주는 149만9000명으로 집계됐고, 이들이 보유한 대출은 85조1000억원에 달한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증가하고 있는 신용대출은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이 높은 만큼 향후 금리가 오를 경우 취약차주의 타격이 우려된다"며 "11월 기준금리 인상 이후 시중금리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소득은 크게 늘지 않고 이자 부담이 가중된 취약계층 가계대출의 부실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 역시 "증가율은 둔화됐지만 가계빚의 절대 규모가 꾸준히 불어나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며 "향후 소득분위가 낮은 생계형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고, 부실화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 중심의 기타대출이 최근 두드러지게 증가한 점도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10월 은행권에서 일반신용대출·신용한도대출·상업용부동산·담보대출 등을 포함한 기타대출이 2008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며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10월 기타대출 증가 규모는 4조2000억원으로 2007년 11월 기록한 종전 최대치(3조7000억원)를 웃돌았다. 같은 기간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2조7000억원 증가해 9월(7000억원 감소)보다 수요가 눈에 띄게 확대됐다. 규제 영향으로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은 1000억원 줄었지만 기타대출이 2조8000억원 급증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오는 30일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금융권에서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불균형 누적 우려와 일부 금통위원의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소수의견 추이 등을 고려해 11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금통위에서 6년5개월 만에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후 현재의 연 1.50%로 유지하고 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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