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서 이번 스토브리그부터 도입되는 에이전트 제도
불경기에 지갑 닫은 기업들, FA 시장에서도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할 가능성 높아
최하위 KT의 경우 외부 FA 없다 미리 공표할 정도지만
스콧 보라스처럼 마른 수건 짜내 선수들 몸값 높이는 게 에이전트들의 역할
올해는 양의지와 최정 등 FA 대어들이 얼마 받을지에 관심
양의지 기준점 포수 역대 최고액 받은 강민호 80억원 기준점으로 예상해
최정의 경우 우승 프리미엄 붙어 SK에서 최고대우 해줄지 관심
“금액이 적힌 계약서를 내미는데…. ‘조금 더 주세요’라는 말이 도저히 나오지 않더라고요.”
과거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던 A선수의 말이다. 야구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금까지 FA 계약은 구단 관계자와 해당 선수 간에 1 대 1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몇몇 ‘대어급’ FA를 제외하면 대부분 선수는 그동안 쌓아온 구단과의 관계, FA 미아가 될 가능성을 떠올리면서 군말 없이 도장을 찍는 게 지금까지의 프로야구 계약 풍토였다.
이번 스토브리그(선수 획득이나 이동 등이 이뤄지는 비시즌 기간)에선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의 공인을 받은 대리인, 이른바 에이전트가 선수를 대신해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올해 처음 도입된 공인 에이전트 제도에 따라 에이전트는 최대 15명(구단당 3명)까지 대리해 구단 측과 연봉 협상 등을 할 수 있다.
KBO 사무국은 FA 신청서 제출 마감 다음날인 20일 FA 승인 선수를 공시한다. FA는 승인 공시된 다음날부터 모든 구단과 협상에 돌입한다. 하지만 올해는 좋지 않은 경제 상황으로 2017년 롯데 자이언츠와 4년 150억원에 계약한 이대호(36)나 지난해 LG 트윈스와 4년 115억원에 사인한 김현수(30)처럼 100억원을 넘기는 대형 계약이 이뤄질 가능성이 적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 같은 악조건을 뚫고 FA 시장에 데뷔하는 에이전트들이 얼마나 큰 규모의 계약을 이끌어낼지가 관심사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선 포수 양의지(31·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 최정(31), 이재원(30) 등이 시장에 나왔다. 그중 ‘최대어’로 꼽히는 양의지는 몸값을 놓고 ‘100억원’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 선수다. 다만 100억원은 현재 구단들이 생각하는 금액과 온도차가 크다. 과열되는 FA 계약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팬들의 눈치도 봐야 하고, 수용되진 않았으나 앞서 KBO 사무국과 함께 FA 상한액을 4년 총액 80억원으로 묶는 내용의 개선안을 선수협회에 제시할 정도로 구단 모기업들의 주머니 사정도 좋지 않다. 이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돈을 쓰려는 구단들이 지갑을 더 열도록 하는 것이 에이전트들의 몫이 될 전망이다.
이번 스토브리그 결과는 향후 에이전트들의 ‘몸값’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계약 성사 시 5% 안팎의 수수료를 떼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에이전트들과 달리 국내 에이전트들은 이에 한참 못 미치는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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