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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창] 어느 일본인 저명 학자의 한국 경제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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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경제정책은 고용·성장에 효과 없고
남북관계도 우려 섞인 평가 적지 않아

국중호 < 日 요코하마시립대 교수·경제학 >



지난달 말 일본 도쿄에서 한국 경제 진단을 주제로 한 토론 간담회에 참석했다. 일본 지식인들이 한국 경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파악할 기회였다. 비공개 회의여서 이름을 밝힐 수는 없으나 발표자는 내로라하는 한국 경제 전문가였다. 일본인들은 공개적으로는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지만 비공개로 의견을 개진하는 자리에서는 자신의 견해를 곧잘 피력하곤 한다.

유감스럽게도 일본에서 나오는 한국 관련 화제는 좋은 얘기보다는 한국인이 듣기에 거북하거나 부끄러운 뉴스가 많다. 물론 그렇게 다뤄지는 데에는 한국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많이 발생한다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도 그리 좋게 보는 편은 아니었다. 몇 개월 전 남북한 및 미·북 정상회담이 성사돼 정치·외교 분야에서 나름의 역할을 했다고 첫 도입부에서 운을 떼면서도, 실질적인 성과에 대해서는 미심쩍어했다. 일본인들은 추상적 명분이나 장밋빛 구호보다는 정상회담이 구체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에 관심이 높은 편이다.

간담회에서 나온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은 고용 확보나 경제 성장에 유효한 정책을 내지 못하고 국민 생활에 마이너스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였다. 그 평가를 뒷받침하는 개별 정책의 과제 및 문제점으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비용 체질 정착, 법인세율 인상에 따른 기업 경쟁력 저하, 적폐청산을 내세우나 재벌(대기업)과 맞물려 있는 사회경제구조의 문제, 재벌을 악(惡)으로 치받으면서도 대북 경제협력에서는 재벌의 도움이 필요한 정부와 재벌의 미묘한 관계,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 하에서의 자유무역협정(FTA)의 피로감 등을 지적했다.

노동·가계·공적 부문에서도 구름이 잔뜩 낀 진단을 했다. 그 진단 내용은 내실 없는 과잉 교육투자와 경직적인 노동시장 개혁의 곤란성, 노사 협력의 결여, 노동자의 생산성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대기업 임금, 무리한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중소기업의 어려움 가중,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노동력 미스매치(불일치)의 심각성, 주택담보대출 증대로 인한 가계부채의 팽창, 최저소득계층의 생계형 채무 증대, 저소득층의 수입 불안과 소득 양극화, 고령화 진전에 따른 재정 부담의 압박 가중, 창조(혁신)경제 추진과 공적 부문 비대화 간 모순 노정 등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발표자는 남북관계 개선이 가져올 경제적 잠재성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북한의 국제사회 복귀가 이뤄진다면, 한국은 자원·에너지 확보가 유리해지고 물류 허브 구축 등을 통해 경제성장에 수혜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한국에는 대북 강경파(보수)와 유화파(진보)의 대립이 심하고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통일에 대한 온도차가 크며 미국·일본과 중국·러시아 간 냉전형 대립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의도대로 진행될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제기했다.

이상의 일본인 학자가 본 한국 경제 및 한반도 정세 진단이 일본 식자층 전체를 대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다른 관점에서 진단하는 지식인층이 있다 하더라도 일본 내에서 한국 경제 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견해가 주류는 아닌 듯하다. 한국 정책당국은 일본 지식인들의 우려 섞인 한국 경제 평가가 적지 않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만일 위에서 언급한 일본인 학자의 한국 경제 진단이 틀렸다고 하려면 가시적 성과를 동반한 견실한 경제 운영으로 그 진단을 반박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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