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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장벽과 풍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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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훈 < 차바이오그룹 회장·내과 전문의 jhsong@chamc.co.kr >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면 누구는 장벽을 쌓고, 어떤 이는 풍차를 만든다’는 중국 속담이 있다. 21세기 들어 초융합·초연결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의 거센 바람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변화의 핵심에는 바이오헬스케어산업이 자리잡고 있다.

바이오헬스케어산업은 이미 전 산업 분야 중 가장 큰 규모로 성장했다. 2016년 말 기준 약 9500조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정보기술(IT)산업의 2배가 넘는다. 세계 굴지의 IT업체들도 뛰어들고 있다. 구글은 베릴리생명과학이란 회사를 설립해 ‘혈당 측정 스마트 렌즈’ 개발을 포함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아마존은 필팩이란 약품 배송회사를 인수했고, 병원에 진료 재료를 직접 공급하는 사업도 시작했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이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회적 현상 중 하나는 인구 고령화와 이에 따른 만성 질병의 급증이다.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다. 2050년이면 10명 중 4명이 65세 이상이 되는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맞춰 미래의 헬스케어는 소위 ‘4P 의학’이 될 것이다. 즉 질병의 발생을 예측하고(predictive), 예방하며(preventive), 환자가 직접 진료와 건강 관리에 참여하고(participatory), 환자 개개인을 위한 맞춤 의학(personalized)이 이뤄지는 것이다.

몇 년 전 미국 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양쪽 유방과 난소를 모두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유전체 검사에서 BRCA라는 변이 유전자가 검출돼 유방암 위험도 87%, 난소암 위험도 50%라는 예측이 나와서다. 이 결정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는 미래 4P 의료를 상징하는 하나의 예다. 이 4P 의학을 구현할 바이오헬스케어 기술이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미국 주도의 바이오기술 발전을 상징하는 회사 중 하나가 ‘23&Me’다. 이 회사는 처음에 유전체 분석을 통해 질병 발생의 위험도를 알려주는 사업을 했다. 이후 그동안 검사한 고객 500만 명의 유전체 자료를 제약회사에 판매하는 데이터회사로 변신했다. 이제는 유전체에 기반한 신약 개발 회사로 발전했다.

유전체분석 기술은 우리나라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규제로 인해 현재 질병 발생과 상관없는 12개 항목에서만 분석이 허용된다. 23&Me 같은 회사가 나올 수 없는 구조다. 변화의 바람을 장벽으로 막으려 하지 말고 이를 이용하는 풍차를 만드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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