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세대' 취향저격
휴대폰으로 영상보는 젊은 세대
짧고 기발·파격적 스토리 선호
LG생건 세제광고 144만회 조회
정관장·네파 광고도 화제
모바일 광고시장 2兆 넘어
[ 안효주 기자 ]
‘B급 감성’을 자극하는 영상이 광고계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각광받고 있다. 당대 톱스타가 등장해 상품과 서비스를 우아하게 포장하려는 A급 광고와는 결이 다르다. B급 감성을 담은 광고 영상에는 비속어가 거리낌 없이 등장하고 유행어도 남발된다.
광고 모델도 A급을 쓰지 않는다. 일반인 이야기로 눈길을 사로잡는 약 1분짜리 이들 B급 영상광고가 대접받는 시대가 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감이 중요” 비속어 많아도 인기
올해 화제가 된 대표적 B급 광고는 3월 공개된 LG생활건강의 세제 ‘피지’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이 영상은 토요일 밤을 즐기기 위해 친구와 술집으로 향하던 20대 청년(광고제작자)이 급하게 영상 광고를 제작해달라는 연락을 받고 분노에 휩싸인다.
1분32초 분량의 이 영상에서 1분가량은 ‘광고 만들기 싫다’고 토로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아니 ××. 일을 무슨 불토(불타는 토요일)에 시키냐고” 하며 절규하지만 “나는 완전 돈만 주면 되는 줄 아나본데…맞습니다 맞고요”라고 외치며 광고주의 발바닥을 핥는다. 욕설과 비속어도 등장하지만 “웃기고 솔직해서 재미있다”는 평가도 많았다. 유튜브에서 지금까지 144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1500여 개의 댓글이 달리며 ‘LG생활건강 마케팅부의 전설’로 불릴 정도다.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는 직장인의 비애를 표현해 공감을 얻었다. 2년차 대리로 나오는 배우 장대용 씨는 어느 주말 상사를 따라 등산을 간다. 가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더운 날씨에 화가 치밀어 오르려는 찰나 네파 제품 속의 캐릭터들이 급하게 열을 낮춘다. ‘회사를 바꿀 수 없다면 옷을 바꿔라’란 멘트를 더해 ‘고달픈 직장 생활’을 해학적으로 표현했다.
2030 잡기 나선 광고업계
B급 광고는 모바일 광고 비중이 커지면서 대거 등장하고 있다. 휴대폰 등에서 유튜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자를 대상으로 주로 재생되는 모바일 광고는 매년 성장하고 있다. 제일기획에 따르면 2017년 모바일 광고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7% 성장해 2조원을 넘어섰다. 모바일 콘텐츠의 주요 소비자는 20~30대다. 이들은 짧은 영상에 익숙하고, 재미가 없으면 화면을 넘겨버린다.
홍삼 브랜드 정관장도 B급 광고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올초 격투기 선수 김동현 씨가 택배기사로 등장, 시도 때도 없이 건강관리에 집착하는 소비자에게 정관장 식품을 배달하는 내용을 담았다. 황당무계하지만 예상외 장면에서 웃음이 터지는 이 영상광고는 금세 입소문을 탔다.
지난 6월 공개된 새 광고에서는 과거 인기 드라마 ‘허준’에서 주연을 맡았던 배우 전광렬 씨가 어의(御醫) 복장으로 클럽에 등장한다. 춤추느라 지친 젊은이들에게 정관장 제품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약발로 만든 것 같은데 기획자를 도핑 테스트해야 할 것 같다” “어릴 적 보던 드라마가 생각나 향수가 느껴진다” 등과 같은 댓글이 여러 개 달렸다. 이 영상은 조회수가 603만 회에 달하고 있다.
정관장 관계자는 “20~30대 젊은 소비자층 사이에서 제품이 더욱 친숙하게 느껴지도록 하기 위해 이 같은 광고를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재미있다고 해서 무조건 소비자를 끄는 것은 아니다. 이채훈 제일기획 광고제작팀장은 B급 광고가 범람하는 트렌드에 대해 “화제성이라는 일시적 효과만 노리다 브랜드가 망가지는 사례도 있다”며 “단순한 말장난으로는 소비자를 설득시킬 수 없는 만큼 몰입감을 높이면서도 광고 속에 제품의 가치를 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