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경쟁력·신산업 규제 등
'기업 발목잡는 문제' 평가서 제외
[ 성수영 기자 ]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꼽는 세계은행 기업환경평가에서 한국이 5위를 차지했다. 190개국 중 최상위다. 성적표를 전해들은 기업들은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알고 보니 평가 방식에 이유가 있었다. 노동시장 경쟁력과 신산업 규제 등 한국 기업의 발목을 잡는 대표적인 문제점들은 평가 항목에서 제외된 까닭이다.
세계은행이 31일 발표한 기업환경평가에서 한국은 190개국 중 뉴질랜드, 싱가포르, 덴마크, 홍콩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한 계단 떨어졌지만 4년 연속 ‘톱5’에 들어간 것이고 주요 20개국(G20) 중에는 가장 높은 순위라고 기획재정부는 설명했다.
부문별로는 전기공급(2위 유지), 법적분쟁 해결(1위→2위), 건축 인허가(28위→10위) 등의 항목에서 상위권에 들었다. 전기공급 부문은 전기시설 설치 소요 시간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고, 법적분쟁 해결은 온라인을 통한 소송절차 진행 등 효율적인 소송절차를 인정받았다. 반면 퇴출(5위→11위), 자금조달(55위→60위), 재산권 등록(39위→40위) 등에서는 순위가 하락했다. 재산권 등록에 등기(법원등기소), 인감·토지대장(행정안전부),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국토교통부) 등 관할부처가 달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다.
세계은행 기업환경평가는 창업부터 퇴출까지 기업 생애주기를 10단계로 나눈 뒤 단계별로 소요되는 행정절차를 객관적 지표로 환산해 점수를 매긴다. 창업을 예로 들면 1인당 국민소득 10배 규모의 자본금으로 각 국가에서 주식회사를 설립할 때 필요한 행정절차 단계, 소요시간, 비용, 최저자본금 등을 조사해 평가하는 방식이다. 온라인 환경이 발달한 한국이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다.
반면 금융·교육·노동시장 경쟁력과 신산업 부문 진입·경쟁제한 규제 등 한국이 약점을 가진 분야는 평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기업환경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 결과로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노동 부문의 경우 한국은 세계경제포럼(WEF)의 올해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137개 국가 중 48위에 머물렀다. 노사관계 협력은 140개국 중 124위로 거의 최하점을 받았다. 규제 분야도 하위권이다. ‘정부 규제가 기업 활동에 초래하는 부담’은 79위에 그쳤고, 규제 개혁에 관한 법률적 구조의 효율성은 57위였다.
기재부 관계자도 “세계은행 평가 특성상 기업환경 전반에 대한 종합적 평가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세계은행이 제한된 부문에서 법령 분석 중심으로 평가를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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