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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출생시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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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식 논설위원


[ 홍영식 기자 ] 시민권은 국가를 구성하는 시민들이 헌법에 의해 보장받는 여러 권리를 뜻한다. 시민권 개념은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인 폴리스에서 처음 등장했다. 시민권자로 인정받은 사람들은 민회에 참석해 의견을 제시하고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로마 시민권은 특권 그 자체였다. 사유 재산을 보유할 수 있었고, 정치 참여와 신앙의 자유가 보장됐다. 법정에서 억울한 판결을 받은 경우, 황제에게 직접 호소할 수 있는 권리도 있었다. 사도 바울이 총독에게 황제의 재판을 청원하고 로마로 호송된 것도 시민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마 시민 이외의 사람들이 시민권을 획득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로마를 위해 큰 공헌을 해야 가능했다. 시민권을 얻기 위해 로마로 가 돈을 주고 신분세탁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시민권 개념은 신분 사회로 이뤄진 중세 봉건시대에 사라졌다가 근대에 시민혁명을 통해 다시 등장했다. 미국에선 1776년 버지니아의 기본권 선언, 1787년 헌법 제정을 통해 시민권 개념이 확립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출생시민권을 폐지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출생시민권은 미국 시민권자는 물론 불법체류자와 일시 체류자의 자녀라도 미국에서 태어나기만 하면 시민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이 때문에 원정출산으로 태어난 아이도 미국 시민권자가 된다. 근거는 미국 수정헌법 14조로,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귀화해 그것의(미국의) 사법권 대상이 되는 모든 사람은 미국 시민 겸 거주하는 주(州)의 주민이 된다’고 규정돼 있다.

출생시민권 제도가 논란이 되는 것은 원정출산과 불법 체류자 증가를 불러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어서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4년 미국에서 태어난 ‘앵커 베이비(불법체류자 자녀)’는 27만여 명이다. 그해 미국 전체 출생아의 약 7%에 해당한다. 2015년 원정출산으로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도 약 4만 명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을 통제하지 않고 놔둘 경우 미국 국민의 복지와 일자리가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고 보고 대선후보 시절부터 출생시민권 폐지를 공언했다. 그러나 야당인 민주당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고, 여당인 공화당 일각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적지 않아 실행에 옮길지는 미지수다. 트럼프의 출생시민권 폐지 추진은 불법 이민자를 많이 배출하는 중남미 국가들을 주로 겨냥한 것이지만, 한국을 포함한 각지의 원정출산 희망자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다.

로마 시민권이든 미국 시민권이든 이를 얻기 위해 많은 이가 애를 쓰는 것은 강대국 시민이 되면 대우가 다르고, 누리는 혜택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매력 있는 나라라는 뜻이기도 하다. 밀려오는 이민 행렬을 막는 미국을 부러워해야 하나.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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