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꺼지는 한국 車산업
(2) 수렁에 빠진 車업계
기아車 수익성 '바닥'으로
매출 작년보다 0.2% 감소
영업이익률은 0.8%로 '뚝'
회사측 "RV 판매 늘면 개선"
쌍용車·대형 부품사도 추락
7분기째 적자 쌍용車 '암울'
현대모비스 영업이익 15%↓
현대위아는 36.2% 급감
[ 장창민 기자 ] “시장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실적을 내놓게 됐습니다. 대단히 유감입니다.”
한천수 기아자동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이 26일 올 3분기 실적 발표에 앞서 한 말이다. 회사 실적을 설명하면서 주주와 관련 업계에 사과부터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위기감에 휩싸인 자동차업계의 무거운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00억어치 車 팔아 1억도 못건져
기아차는 이날 올 3분기 매출 14조743억원, 영업이익 1173억원의 실적을 냈다고 발표했다. 4270억원의 적자를 봤던 작년 3분기와 비교하면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우선 기업의 덩치와 성장성을 나타내는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오히려 0.2% 감소했다. 영업이익(1173억원)도 시장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최근 3개월간 증권회사들이 내놓은 실적 추정치 평균(컨센서스)인 3271억원의 3분의 1에 그쳤다. ‘어닝쇼크(실적 충격)’ 수준이다. 작년 3분기 적자를 봤던 ‘기저효과’ 때문에 나아진 것처럼 보일 뿐이다.
기아차는 지난해 3분기 4270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작년 8월 6년을 끌어온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패소하면서 9800억원의 충당금을 회계장부에 반영한 탓이다. 이 중 회계처리상 영업이익을 갉아먹은 금액은 8600억원 정도였다. 뒤집어 보면 통상임금 관련 충당금을 제외할 경우 작년 3분기 자동차 생산과 판매로 4400억원을 벌었다는 얘기다. 작년 통상임금 관련 충당금을 빼고 계산하면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200억원 줄어든 것이다.
영업이익률은 0.8%로 뚝 떨어졌다. 100원을 팔아 1원도 건지지 못했다는 얘기다.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판매 부진에 시달린 데다 원화 강세와 신흥국 통화 약세가 겹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엔진 진단 신기술(KSDS)을 미국 판매 차량 일부에 적용하고 에어백 리콜(결함 시정) 등에 2800억원을 추가로 반영하면서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올해 4분기부터 레저용차량(RV) 판매가 늘어나면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형 부품회사 실적도 줄줄이 하락
이날 내놓은 쌍용차의 올 3분기 실적은 더 암울했다. 쌍용차는 3분기 매출 9015억원, 영업손실 22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적자 폭은 작년 같은 기간(174억원)보다 커졌다. 7분기째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수출 감소와 신차 투자에 따른 감가상각비 확대로 적자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최종식 쌍용차 사장은 “자동차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앞세워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올초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문턱까지 갔던 한국GM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3조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었다. 올해도 1조원 안팎의 적자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회사의 올 1~9월 자동차 판매량은 34만1349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1% 줄었다. 르노삼성도 같은 기간 내수와 수출이 각각 17.1%, 15.5% 감소했다.
완성차업계 부진은 대형 부품회사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국내 최대 부품사인 현대모비스는 올 3분기 매출 8조4273억원, 영업이익 462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9%, 15.1% 줄어들었다. 자동변속기를 생산하는 현대위아의 3분기 영업이익도 36.2% 쪼그라든 96억원에 그쳤다.
업계에선 고질적인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 곪아온 한국 자동차산업이 환율과 통상문제 등 대내외 변수에 흔들리면서 빈사지경에 내몰렸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 여파로 중소·중견 부품사 8000여 곳은 고사 위기에 처했다. ‘도널드 트럼프발(發) 관세폭탄’까지 터지면 국내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아예 붕괴할지 모른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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