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에서 나온 '고용세습' 의혹이 전체 공공기관 채용 실태에 대한 국정조사(국조) 국면으로 확장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이 함께 국조요구서를 제출했으며 정의당도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민주당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한국당·바른미래당·평화당은 국회 의안과에 원내대표 3명 공동 명의의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의 고용세습 진상규명을 위한 국조요구서'를 제출했다.
야3당은 요구서에서 "서울교통공사의 불공정한 정규직 전환은 취업준비생들의 직업 선택의 권리를 박탈시킨 것은 물론 국민의 안전을 담당할 직원 채용에 안전을 실종시킨 일종의 사회악"이라며 국조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3월 무기계약직 직원 128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 중 108명이 기존 직원의 배우자·자녀·형제인 것으로 드러나 특혜 논란이 일었다. 야3당은 "실제 규모는 더 방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조요구서 접수 몇 시간 뒤 정의당도 동참의 뜻을 밝혔다. 정의당은 "노동의 정의와 청년의 미래를 바로 세우기 위해 노조든, 경영진이든 이 문제와 관련된 어떠한 의혹도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다만 정의당은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도 조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에 한국당은 "기득권 노조의 특권·반칙이 만든 고용세습과는 전혀 성격이 다른 강원랜드 지역민 채용을 동시에 조사하자는 건 뜬금없는 물타기"라고 지적하면서 향후 논의 과정에서 진통을 예고했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은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해 조사위원회를 구성하도록 돼 있지만, 국회 관례상 여야 합의를 통해 국조를 시행해 왔다. 이 때문에 한국당 등은 더불어민주당의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국조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의혹 제기에 대해 사실관계를 좀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 국정감사가 끝나고 다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다수 야당이 국조 대열에 합세했고 내년도 예산안 심사, 4·27 판문점 선언 비준 등 현안이 많아 민주당도 반대를 고수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제출된 국조요구서는 조사 범위를 '서울교통공사를 포함한 서울시 산하 공기업의 정규직 전환 과정' '서울시의 정규직화 정책 전반' '국가 및 지방 공공기관 등의 정규직 전환 전반' '조사상 필요하다고 의결한 사항' 등으로 정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이름이 명시되진 않았지만 사실상 '박원순 국조'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중앙정부-지방정부-강성노조로 이뤄진 '철의 삼각형'을 끊겠다는 한국당의 의도와는 달리 지난 정부 시절의 비리가 도마에 오를 수도 있다.
정부는 국회 상황과 별도로 공공기관 친인척 특혜채용 의혹 전수조사를 검토 중이다. 윤태식 기획재정부 대변인은 "이번 상황을 엄중히 생각한다"며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지시로 관련 실·국에서 관계부처와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감사원 국감에서 "(공공기관 전체를 대상으로) 기재부가 전수조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결과를 보고 필요하면 감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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