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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레드팀' 없는 청와대 북핵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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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휘 정치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


[ 박동휘 기자 ] “삐딱한 시선으로만 봐서 그런 겁니다.”

정부의 북핵 외교에 대한 비판론이 들끓자 한 정부 고위 관계자가 이렇게 말했다. ‘김정은 대변인’이냐는 비판 프레임은 ‘원래 나쁘니까 나쁜 놈’이라는 식의 편향된 시각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7박9일 일정으로 지난 21일 끝난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4개국 순방과 관련한 엇갈린 평가를 예로 들었다. 이 관계자는 “유럽연합(EU) 주요 정상들이 한반도 평화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 확인한 것이 외교적 성과”라고 말했다.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문 대통령을 만나려는 각국 정상들의 요청을 최대한 ‘교양 있게’ 뿌리치느라 애를 먹었다는 후문도 곁들였다.

이 같은 정부의 해석은 ‘ASEM 참사’라는 말이 나올 만큼 비판적인 여론과는 대조적이다. 문 대통령은 가는 곳마다 대북 제재 완화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ASEM 정상들은 정작 폐막일 발표문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원칙을 담았다.

북핵 외교의 성과에 대한 아전인수식 해석은 한·미 갈등 논란에서도 비슷한 패턴으로 나타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한국 정부의 과속에 ‘불쾌함’을 표시했는데도 청와대는 “갈등이 있다고 이혼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22일엔 “대북 제재 완화가 오히려 미국을 도와주는 것”이라는 새로운 논리까지 등장시켰다.

기업경영 이론 중 ‘레드 팀’ 전략이라는 게 있다. 중요한 결정일수록 가상의 ‘내부의 적’을 만들어 혹여 있을 지뢰들을 미리 제거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정부의 북핵 외교에 레드 팀 이론을 비춰 보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

문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대북 협상 경험이 풍부한 리더다. 협상 구조도 과거와 달리 ‘톱 다운’식으로 진행되는 터라 대통령 결정에 실리는 무게가 더욱 크다. 다만 정부의 북핵 외교가 지나치게 대통령 1인 플레이에 의존한다는 점은 리스크 요인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심기’를 걱정하고, 한·미 조율을 맡아야 할 강 장관은 오히려 ‘미국의 심기’를 어지럽히고 있다. ‘삐딱한 시선’에 대한 숙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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