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나뒹구는 낙엽들을 보며 가을을 '타는' 사람들이 많다. '가을이 탄다'라는 표현의 '타다'는 '계절과 기후의 영향을 쉽게 받는다'는 뜻으로 갑작스럽게 기온이 떨어지면서 마음이 쓸쓸해지고, 때론 공허함마저 들기도 한다. 문득 낙엽처럼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때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한다. 영화로도 소개된 책들이라 책과 영화를 비교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 사랑이 뭔데, 《에브리데이》
한 달에 일주일 타인의 얼굴로 살아가는 여자와의 로맨스를 담은 JTBC드라마 「뷰티 인사이드」가 인기리에 방영되면서, 이와 비슷한 소재, 다른 느낌의 영화 「에브리데이」가 재개봉했다. 「에브리데이」는 2012년 발간된 동명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24시간마다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가게 되는 특별한 존재 ‘A’와 매일 사랑에 빠지게 되는 한 소녀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할리우드의 핫 라이징스타 앵거리 라이스와 저스티스 라이스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 영화는 동명의 원작 소설 <에브리데이>를 영화화한 것으로 미국의 청소년 도서 작가 데이비드 리바이선이 작품을 발표할 당시 신선한 소재와 진정성 있는 메시지로 수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았고, 국내에는 2015년에 소개됐다.
주인공은 어느 날 온라인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즐겨하고 축구를 좋아하는 쾌활한 소년이었다가 다음 날엔 지나가는 사람이 모두 돌아볼 정도로 예쁜 흑인 소녀로 깨어나기도 한다. 일요일이면 교회에 나가고 저녁이면 엄마 설거지를 도와주는 평범한 집 아이였다가도 다음 날은 하루에 여섯 개의 화장실 변기를 닦아야 하는, 불법 미성년 가정부로 일하는 아이 몸으로 깨어나기도 한다. 매일 다른 사람 몸에서 깨어나,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가지만 그 하루가 다시 찾아오지 않을 것을 알기에 더욱 소중한 하루와 순수한 사랑을 섬세한 문장으로 표현였다. 성별, 인종, 외모, 배경에 상관없이 10대 후반의 나이로 매일 깨어나는 특별한 존재인 ‘A’와 러블리 소녀 ‘리아넌’의 로맨스를 통해 ‘진짜 사랑이란 무엇일까’라는 진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어 감동을 준다.
◆ 행복이 뭔데, 《곰돌이 푸》
올해 최고의 화두인 '소확행'의 아이콘 '곰돌이 푸'는 상반기 베스트셀러와 함께 하반기 영화까지 사랑받으며 2030세대들에게 폭발적 지지를 받고 있다. 최근 국내에 개봉한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는 디즈니의 대표 캐릭터인 ‘곰돌이 푸’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재창조한 디즈니의 세 번째 라이브액션으로 따뜻한 감성을 전하며 극장가를 사로잡고 있다.
‘곰돌이 푸’는 올 한해 출판계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은 캐릭터이다.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가 출간되면서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자리에 머무르며 우리의 마음을 위로했다. 어린 시절 우리의 마음을 행복으로 물들여주었던 작지만 사랑스러운 그 모습 그대로 돌아와 곰돌이 푸는 가만히 속삭인다.
“일단 한숨 자고 시작하자.”
“기분이 우울해질 것 같아도 걱정하지 마. 그냥 배가 고픈 걸지도 몰라.”
“사람들은 불가능한 것은 없다고 말하지. 하지만 난 매일 아무것도 하지 않아.”
‘곰돌이 푸’는 팍팍한 현실과 익숙해진 것만큼 레벨 업된 고된 어른살이에 지친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고 편안하게 어루만져준다. 자꾸만 나를 잃어가는 것 같고, 길을 잃은 것 같은 어른들에게 자그마한 ‘행복’을 일깨워 줄 감성가득 에세이. 반복되는 삶 속에서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를 잊어가는 우리에게, 다시 한번 행복에 관한 희망과 의미를 되새기게 해줄 것이다.
◆ 사는 게 뭔데, 《막다른 골목의 추억》
『막다른 골목의 추억』은 최근 최수영과 타나카 ?스케 주연의 한일 합작 영화로 제작되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영화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원작 이야기를 한일 합작 영화로 제작하여, 사랑을 잃고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주인공이 낯선 도시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영화는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내년 2월에 개봉할 예정이다.
이 영화의 단편 소설 『막다른 골목의 추억』은 짧은 단편 소설로 누구나 마음 한 켠에 가지고 있는 상처를 다루고 있다. 마지막 사랑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사랑의 마지막을 보게 된 주인공은 결혼을 앞둔 완벽한 약혼자의 전근, 그리고 점차 뜸해지는 연락에 불안해한다. 결국 여자는 직접 약혼자의 집을 찾았지만 거기에는 예견된 이별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일어서기 위해 찾은 ‘막다른 골목’, 그곳에서 만난 기이한 인연과 예상치 못한 사건들로 인하여 누구나 한 번은 겪게 되는 전환점에 대한 소설이다. 그 어느 때보다 ‘힐링’이 공감이 필요한 시대, 요시모토 바나나가 들려주는 ‘삶’의 위로가 당신의 상처 받은 마음을 어루만진다.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조차 할 수 없는 무겁고 아픈 상처에서부터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을 정도로 사소하고 오랜 상처들을 가지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자. 그녀가 전하는 회복의 메시지를 통해 지금 ‘삶을 살아 나갈 수 있는 힘’을 얻을 것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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