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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현 기자의 독서공감] 세상에 나온 이국종의 기록…800쪽 두께에 담긴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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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아워 1, 2


[ 윤정현 기자 ] ‘봄이 싫었다.’ 800쪽이 넘는 두 권짜리 책의 첫 문장이다. 누구나 좋아하는 계절이 싫은 이유는 노동현장에 활기가 돌기 시작해서다. 활기는 사고를 불렀다. ‘떨어지고 부딪혀 찢어지고 으깨진 몸들’이 병원에 실려왔다. 그득한 피비린내 가운데서의 17년을 기록했다. 외상외과 전문의 이국종 아주대 교수가 쓴 《골든아워 1, 2》는 무겁고 진지하다. 날이 섰고 적나라하다.

이 책이 이달 첫주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0위에 올랐다. 출간 2주 만에 1, 2권이 3만 부씩 팔려나갔다. 책의 두께엔 시간이 담겼다. 집필에만 5년이 걸렸다. 김수진 흐름출판 편집자에 따르면 초고가 출판사에 도착한 뒤에도 책이 나오기까지 2년 가까이의 시간이 더 걸렸다고 한다. 이 교수는 거듭 수정하고 내용을 추가했다. 긴 시간의 기록인 만큼 등장인물이 많았고 사건들의 시기와 순서도 다시 확인해야 했다.

가벼움이 미덕인 요즘 이 묵직한 책의 무엇이 독자들을 끌어당긴 것일까. 이 교수는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과 총격을 받은 북한 귀순병을 살려낸 의사로 유명하다.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의 실제 모델로도 잘 알려져 있다. 드라마 속 주인공은 흉부외과 신경외과 등 외과계 의사가 많다. 생명과 직결돼 있고 수술이 주는 긴박함이 극적 요소를 더해줘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외과는 전공의들에게 인기가 없다. 외과계 교수들이 전공의 지원자를 직접 모시러 다닐 정도다. 헬기를 타고 응급 출동을 하고 연구실 침대에서 쪽잠을 자야 하는 외상외과는 오죽할까. 환자들이 주로 저소득 노동자들인 외상외과의 운영난과 인력난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아무도 하고 싶어 하지 않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이 교수가 원하는 것은 명성이 아니다. 오로지 하나. 책에서 ‘헛된 무지개’라고 표현한 선진국형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의 도입이다. 그것을 향한 길을 ‘똥물 속으로 빠져들어 가면서도 까치발로 서서 손으로 끝까지 하늘을 가리킨 것’에 비유한다.

그는 “많은 세월이 지난 뒤 또 다른 정신 나간 의사가 이 분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 시스템을 다시 만들어보고자 마음먹는다면 우리의 기록은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 책은 그 기록의 일환”이라고 적었다. 손이 잠기더라도 누가 무엇을 하려 했는지 남기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그는 책의 첫 페이지에 단 다섯 글자, ‘정경원에게’라고만 썼다. 수년간 이 교수와 고락을 함께해온 후배 의사다. 어깨가 부서지고 시력을 잃어가는 그가 ‘처음이자 마지막 남기는 흔적’의 첫 장에 새긴 후배의 이름이 아프게 다가온다.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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