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나얍 코리아와 한경필'
나얍 발굴 '라이징 스타' 9명
한경필과 세계무대 첫발
숨겨진 끼와 열정, 기량 과시
"한국 성악 위상 높여주길…"
[ 은정진 기자 ]
때로는 밝고 신나게, 때로는 애타는 연모의 마음을 담은 목소리가 콘서트홀을 휘감았다. 아름다운 선율과 고난도의 초절기교가 특징인 벨칸토 오페라(로시니 도니제티 벨리니 오페라)의 아리아들이 김덕기 전 서울대 음대 교수의 지휘에 맞춰 성찬을 잔뜩 차렸다. 지난 17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나얍 코리아와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 공연에서다.
이날 음악회는 지난 9월16일부터 나흘간 열린 국제 오페라 오디션 ‘나얍(NYIOP·뉴욕 인터내셔널 오페라 프로젝트) 코리아’에서 두각을 나타낸 참가 성악가 9명이 한경필하모닉 협연으로 세계무대를 향해 첫발을 떼는 자리였다. 아시아 최초의 대회이자 ‘성악 선진국’ 한국에서 열린 대회였던 만큼 뉴욕시티오페라, 캐나다 밴쿠버오페라 등 해외 유명 오페라 극장으로부터 러브콜(캐스팅 계약)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예비 오페라 스타들이다.
공연엔 소프라노 5명, 바리톤 2명, 메조소프라노와 베이스가 1명씩 총 9명이 무대에 올랐다. 소프라노 이해원은 도니제티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중 ‘주위는 침묵에 잠기고’를 뛰어난 감정이입을 통해 객석의 몰입도를 높였다. 극 중 광기 어린 루치아를 연상시키는 목소리 톤과 연기가 일품이란 평을 받았다.
로시니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중 ‘나는 이 거리의 만물박사’를 부른 바리톤 박성환은 맑고 시원한 음색, 돋보이는 무대 연기로 큰 박수를 받았다. 한경필하모닉의 연주에 맞춰 발을 신나게 구르고, 자연스러운 손동작과 유쾌한 표정으로 관객들의 흥을 돋웠다.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 중 가장 유명한 장면의 아리아인 ‘오! 나의 조국이여’를 부른 소프라노 정소영은 의상부터 아이다에 맞게 준비했다. 시작부터 아이다 역할로 감정을 잘 잡아 아리아의 드라마틱한 톤에 잘 맞았다. 두 사람은 올해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30주년 기념 오페라인 ‘라 보엠’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나얍 코리아 오디션 당시 극찬을 받으며 뉴욕시티오페라 등 6개 참가 극장으로부터 모두 계약 대상자로 언급된 베이스 김일훈도 눈과 귀를 끌었다. 그는 로시니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중 ‘험담은 바람을 타고’를 선곡해 단단하고 큰 체격에서 뿜어나오는 묵직한 중저음으로 객석을 압도했다. 이날 유일한 메조소프라노였던 방신제는 도니제티 오페라 ‘라 파보리타’ 중 ‘오 나의 페르난도’로 고뇌하는 여심을 중후하고 세련된 목소리로 절절하게 표현했다. 바리톤 이승왕도 도니제티 오페라 ‘폴리우토’ 중 ‘아름다운 그대의 모습’을 노래하며 브라보 세례를 받았다.
제자인 소프라노 이선우와 문혜영, 김효영을 응원하기 위해 공연장을 찾은 박미혜 서울대 음대 교수는 “국내에서만 공부한 젊은 성악가들이 나얍에서 실력을 겨뤄 이 무대에 섰다는 게 자랑스럽다”며 “이들의 열정이 이번 무대로 끝나는 건 아쉽다. 미국과 유럽 무대에 진출해 한국 성악의 위상을 떨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2018 나얍 코리아의 극장별 계약 고려 대상자(consideration list)는 오는 31일 나얍 코리아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된다. 이후 해외 오페라극장들과의 최종 계약 여부도 홈페이지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이날 음악회는 한국경제신문 창간 54주년을 기념하는 ‘한경 미디어 그룹 가족음악회’로 열려 한경 임직원과 협력업체, 입주회사, 독자들이 가을밤의 정취를 함께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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