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도 김포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로 '맘카페'에 대한 지탄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문제가 된 '김포맘카페'가 상업적으로 변질되면서 지난해 상가에 사무실을 냈다는 사실을 공유하면서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지역 맘카페는 육아정보나 지역 소식 등을 빠르게 나눌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도를 지나친 인신공격으로 마녀사냥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1일 김포맘카페에 "자신의 조카가 어린이집에서 간 소풍 현장에서 학대를 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내용은 "담임 보육교사가 조카를 밀치고 돗자리를 털었다"는 것이었으며 게시자는 "날씨도 추웠는데 밀쳐져 마음까지 추웠을 조카를 생각하니 심장이 조여든다"고 했다.
"직접 봤냐고요. 아니요"라며 주위 목격담에 의존한 이 글에는 보육교사를 비난하는 수많은 엄마들의 댓글이 수십 건 달렸다.
이 내용이 주변 지역 맘 카페까지 퍼져 나가면서 해당 어린이집과 보육교사의 실명이 공개됐고 보호자들이 어린이집에 찾아와 수업 중 따지기도 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 새벽, 보육교사는 집 주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결혼식을 앞뒀던 보육교사는 "내가 다 짊어지고 갈 테니 여기서 마무리됐으면 좋겠다. ○○야 일으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마지막 글을 남겼다.
보육교사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이번에는 섣부른 여론몰이였다는 비난과 애도의 글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렇다면 지역 맘카페에 대해 외부 인식이 이렇게 악화됐지만 이런 여론을 안타까워하는 카페 회원들이 대부분이다. 대다수 회원은 눈팅(글을 보기만 하는 가입자)만 할 뿐 악성 글을 쓰는 극성 회원은 일부에 지나지 않기 때문.
이런 가운데 한 네티즌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맘카페 부작용이 생기는 이유'라는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본인을 지방에 사는 워킹맘이라고 밝힌 A씨는 "한동안 지역카페 눈팅했다. 여자만 가입 가능하고 게시판도 거의 육아나 입점업체가 대부분인 카페였다"면서 "내가 보기에는 맘카페에서 우르르 판단력 없이 의견이 몰리는 부작용이 생기는 이유를 생각해 봤다"고 글을 적었다.
A씨가 본 맘카페의 핵심은 소속감이었다.
카페 정회원이 될 때까지 등업이 꽤나 까다롭고 규칙도 다양하다. 말도 안 되는 규칙들이 존재하고 그걸 어기면 가차 없이 활동중지로 이어지기 때문에 스텝은 권력을 손에 쥐고 휘두르고 맘카페에 상주하는 엄마들은 거기에 맞춰주면서 소속감을 이어갈 수 있게 된다는 것.
A씨는 "내가 본 맘카페 회원들은 남들이 보기엔 궁상일지라도 그 안에서는 알뜰하다고 칭찬받는 분들이 저소득층이 많은 것 같다"고 짐작했다. "근로장려금, 자녀수당 시기가 돌아오면 왜 돈이 안들어오냐는 글들이 가득차고 장려금 받으시는 분들께는 무례한 언행인 것 같아 조심스럽지만 여러 글들을 보면 소득, 재산수준을 가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가생활을 하려면 돈이 들거고, 돈드는 건 못하니 할일이 없고 하니 맘카페에 빠져든다는 추측이었다.
A씨는 맘카페 회원들이 사회감각이나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맘카페 가보시면 유난히 젊은 엄마들을 볼 수 있다. 가입할 때 본인나이와 자녀유무를 쓰기에 알 수 있는데 아이가 7살인데 본인이 27살이면 사회생활 안 해봤다는 걸 알수 있다. 나이 든 분들도 아이 낳으면서 경력이 단절되고 그게 길어지면서 사회감각이 둔화되는 느낌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방금 들어갔던 맘카페에서 읽은 글인데 컴활도 땄고 엑셀도 배웠는데 취업이 안 된다. 아무리 경력이 없다지만 기업들 눈이 너무 까다롭다는 내용이었다"면서 사는 곳이 지방이라 일자리도 별로 없지만 그 엄마들이 찾는 일자리는 주5일 일하고 아이 때문에 칼퇴해야야 하며 월급은 200만원 정도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A씨는 "다른 커뮤니티에 경력없이 주5일 일하고 칼퇴하는 200만원 월급 일자리 찾는다고 하면 악플이 달리겠지만 맘카페에서는 다 같이 한마음으로 기업이나 나라정책을 탓하며 한탄한다"면서 "이런 현실성 없는 글은 맘카페 안에서 현실성 있는 글로 변질된다. 많은 사람들이 맞장구 쳐주니까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엄마들이 맘카페 자체가 아동병원 병원 접수시간 등 소소한 정보가 많기에 차마 탈퇴는 못하고 눈팅만 하게 된다면서 활발하게 글 남기고 댓글남기는 사람들은 이미 주류 부류로 녹아든 사람들이고 이 단계부터는 자기들 비위에 거슬리면 적이 되기 시작한다"고 꼬집었다.
그런 예로 "'식당에서 사장에게 욕설을 들었다'라는 글이 올라오면 분명 그 사장님이 욕설까지 한 과정이 있을 텐데 그 단계는 생략되고 댓글이 동조가 하나둘씩 올라오고 거기 원래 맛없었다 라며 판이 커진다"면서 "식당명을 직시하지는 않지만 ㄱㄴㄷㄹ 이런 식으로 올리면 아는 사람들은 다 알게 되고 쪽지를 달라고 해서 퍼져버린다"고 전했다.
A씨는 '맘카페 변질의 이유는 카페를 상업화해서 결속력을 다지게끔 방치하는 카페 운영자이고 두 번째는 그 테두리 안에서 그걸 즐기는 애엄마들이다"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A씨의 글에 "동네에서 학원 운영하는데 한 달에 한번 꼴로 모르는 휴대전화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아보면 맘카페다. 홍보해 줄테니 돈 달라고", "산부인과 관련 정보 얻기 위해서 맘카페 가입했는데 대책없는 분들 많은건 사실이긴 하더라", "결혼하고 가입해서 눈팅만 했는데 사람들이 좋은 글, 흔히 말하는 자랑글 또는 개념글엔 답글 하나 안달리고 남편, 시댁, 학교선생님, 학원선생님 불평 불만 글에만 답글 달리는거 보고 질려 버렸다. 다른 사람들의 불행 불만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었음", "모여서 어디가게에 노키즈존이라고 욕하고, 유모차 입구에 세워놓으랬다고 욕하고. 5분 늦었는데 어린이집 차량이 가버렸다고 욕하고, 학예회한다고 욕, 안한다고 욕, 늘 불만불만 자존감 바닥들의 향연인 맘카페", "누가봐도 당사자가 잘못한글 올려도,그럴수 있다며 서로 토닥여주고 편들어 준다. 그러다보니 자기가 거대한 지원군을 얻은 것처럼 무슨 일만 있으면 쪼르르 맘카페 가서 일러바치는 격이다"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