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돌이킬 수 없는 상태까지 왔다고 판단되면 그때는 유엔의 대북 제재들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 또 “남북한 간 본격 경제협력은 이 제재가 풀리거나 예외적인 조치로 용인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했다.
이런 언급은 대북 제재 완화보다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우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남북한 경협 등 제재 완화를 둘러싸고 논란이 커진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입장을 확실히 밝힌 만큼 더 이상 정부 내에서 혼선을 빚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그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북한이 핵 폐기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조차 내놓지 않고 있는 마당에 남북한 관계만 앞서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게 터져나왔다.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남북한 철도 및 도로 연결, 남북한 공동연락사무소 가동 등에 미국이 제동을 걸면서 한·미 간 불협화음도 노출됐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조치 해제 발언과 번복 소동은 대북 정책 조급증이 부른 자책골이라는 비판까지 받았다.
문 대통령도 BBC 인터뷰에서 인정했듯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낸 원동력은 무엇보다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압박과 제재였다. 북한 비핵화는 가시화된 게 없는 상황에서 남북한 관계만 과속한다면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우리 정부부터 중심을 잘 잡아 나가야 한다.
문 대통령이 유럽 순방길에 오르면서 대북 제재 완화보다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먼저라는 원칙을 명확히 한 것은 국제 사회에 대한 한국 정부의 약속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약속이 조금이라도 흔들린다면 한국의 신인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을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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