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손성태 정치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3일부터 21일까지 7박9일 일정의 유럽순방길에 올랐다. 이번 순방의 메인 이벤트는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개막하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ia-Europe Meeting)’이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면담이 잡히면서 아셈(ASEM)회의는 뒷전으로 밀려난 분위기가 역력하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의 면담결과에 따라 프란시스코 교황의 역사적인 첫 방북이 성사될지에 전 세계가 주목하게 됐으며, 한반도 비핵화에 교황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교황을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의사를 전달할 계획이다.
파리행(行) 전용기(공군 1호기)에서 ‘깜짝 영화상영’도 문 대통령이 교황과의 만남에 얼마나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지를 알 수 있다.
“대통령님의 추천에 따라 공군 1호기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다룬 영화를 특별히 상영합니다”
대통령 전용기가 성남 서울공항을 이륙한지 2시간 남짓 흘렀을때 기장의 안내멘트가 흘러나왔다. 문 대통령이 순방중 기내에서 영화를 추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저작권법에 따라 사전계약이 이뤄지지 않는 영화를 상영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문 대통령이 시청을 권한 특별영화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일대기를 그린 ‘프란치스코, 호르헤 신부’였다. 청와대 참모진들이 유럽순방을 앞두고 교황의 이해를 돕기 위해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륙과 동시에 먼저 영화를 관람한 후 기자들을 포함한 수행원들이 모두 감상할 수 있도록 기내에 서비스할 수 있는 방법을 지시했다고 한다. 영화 등 기내 엔터테인먼트는 사전 계약에 따라 제공되는 방식이라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다. 다만 BBC·CNN의 월드뉴스를 제공하는 뉴스 채널을 통한 상영은 가능했고, 청와대는 교황청으로부터 영화 상영의 승인절차를 거치며 저작권 문제를 사전에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영화를 추천한 것은 오는 18일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예방하는 일정과 관련, 기자단과 수행 참모들에게 만남의 의미를 일깨워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카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교황의 삶을 다룬 영화를 사전에 관람하면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보낸 어린 시절부터 2013년 교황 즉위까지 프란치스코 교황의 일대기를 그렸다. 한 스페인 기자가 2005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였던 베르골리오를 처음 만나 2013년 교황에 선출될 때까지의 과정을 흥미롭게 담아냈다.
의사를 꿈꾸는 등 세속적 가치에 젖어있던 자연인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는 깊은 신앙을 간직하던 할머니의 영향을 받아 성직자가 된다.
영화는 늘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의 편에 서서 교회를 운영하고자 했던 성직자의 모습이 비교적 생생하게 전하고 있고, ‘갇혀있지 말고 변방으로 나가라’는 교황의 철학도 녹아 있다. (끝) /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