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3일' 분석해보니
정무위 "특혜 채용" 난타전
한국당 "민병두 위원장 비서관
금융위 특혜 채용"…형사 고발
민병두 "사실 무근…법적 조치"
여야 '네탓 공방'도 여전
與 "한국당이 막장국감 만들어"
한국당 "여당이 국감방해 책동"
피감기관 작년보다 52곳 늘었는데
정쟁 판쳐 효율적 국감은 기대난
[ 박종필/배정철 기자 ]
“여야가 적폐청산과 무능심판에 빠져 국감 종합성적표는 C- 수준에 불과하다.”(2017년 10월.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가 끝난 뒤 시민단체가 내놓은 총평이다. 올해 국감도 이 같은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평가다. 지난 10일 국감이 열린 후 3일 동안 국회 각 상임위원회는 ‘현미경 질의’를 하기는커녕 툭하면 정쟁·파행으로 시간을 소모했다.
◆상임위 곳곳 ‘난타전’
정무위원회에서는 12일 민병두 위원장 의원실에서 비서관으로 근무했던 노모씨가 지난 2월 피감기관인 금융위원회에 4급 정책전문관으로 채용된 사실을 두고 진통을 겪었다. 자유한국당이 ‘특혜 채용’이라며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 위원장을 형사고발하겠다고 나서면서다.
김진태 의원 등 한국당 정무위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 위원장 비서관을 채용하기 위해 금융위가 정책전문관 자리를 신설해 합격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 위원장에 대해) 제3자뇌물수수 업무방해 및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한다”며 “형사고발하겠다”고 했다. 민 위원장은 즉각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김 의원이 공식 사과하지 않으면 무고와 명예훼손 등으로 강력한 법적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맞불을 놨다.
한국당은 오는 15일 공정거래위원회 등 굵직한 기관 감사를 앞두고 있는 만큼 국감 자체를 보이콧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신 오는 26일 전 부처를 대상으로 한 종합 국감 때 이 문제를 다시 제기하겠다는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는 정부의 ‘소상공인연합회 사찰’ 의혹에 대한 야당 위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5월 16개 정부 부처·지방자치단체에 ‘소상공인연합회 소속단체 활동 및 운영 여부 확인 요청’이라는 공문을 보내 연합회 61개 단체에 대해 실태조사를 벌였다. 김기선 한국당 의원은 “중기부가 주도하는 것이 산하단체를 때려잡는 것이냐. 그렇게 할 일이 없어 공안부서를 자임하냐”고 지적했다.
이에 홍종학 중기부 장관은 “올초 소상공인연합회장 선거가 있었는데 ‘회원사 자격 문제가 있어 선거가 무효니 이를 판단해 달라’는 회원사 요청이 있어 관리·감독권이 있는 기관에 공문을 보내 회원 자격요건을 점검한 것”이라며 사찰설을 일축했다.
◆“野가 막장국감” vs “與가 국감방해”
여야가 국감 파행의 원인을 놓고 ‘네 탓’ 공방을 벌이는 모습도 여전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당이 떼쓰기와 정치 공세로 ‘막장국감’을 만들고 있다”며 “정쟁국감만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전날 교육위원회 국감에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인정하지 않겠다며 장관 대신 차관에게 질문하는 ‘무시’ 전략을 쓴 것에 대해 “한국당은 아직도 인사청문회를 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국감대책회의에서 조명래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국감 직전에 지명됐다는 점을 들어 “대통령이 장관 ‘선수교체’를 통해 국감의 힘을 빼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야는 전날에도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장에서 맞붙었다. 9인 체제인 헌법재판소가 국회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표결처리 지연으로 재판관 3인 공백사태가 장기화된 원인을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김도읍 한국당 의원은 “대통령이 위장전입 등 공직자 배제 기준을 스스로 포기했기 때문”이라며 “임명 지연은 대통령 탓”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국회가 표결하지 못하는 것은 야당 책임”이라고 맞받아쳤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국회가 헌재 기능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는데 누가 누구를 상대로 국정감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국회 관계자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피감기관이 52개 더 늘어나 20일 만에 753개 기관을 심사해야 하는 강행군 일정인 데도 여야 정쟁 탓에 일정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필/배정철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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