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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운더리] 교수 갑질 vs 학생 노동… 대학원생 노조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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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 갇힌 사람들 #바운더리

학문과 노동 사이 '인권'을 외치다
구슬아 전국대학원생 노조위원장 인터뷰



<h2>▽PLAY▽ 학생과 노동 사이</h2>
뉴스래빗(이하 래빗): 안녕하세요.

구슬아 위원장(이하 구): 네 안녕하세요. 전국 대학원생 노동조합(이하 노조, 민주노총) 지부장 구슬아(성균관대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입니다.

래빗: 보통 사람들은 대학원생 하면 노조를 떠올리진 않는데요.

구슬아 위원장(이하 구): 회사 안 다니고, 카페에 앉아 여유롭게 책을 보면서 논문을 쓰는 모습을 떠올리시죠. 하고 싶은 공부 해서 부럽다는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듣습니다.


하지만 실제 대학원생들은 학교 안에서, 학교 밖에서 여러 가지 종류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근로기준법이나 최저임금과 같은 사회적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영역으로 남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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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은 하지만 '노동'은 아니다?

래빗: 구체적으로 대학원생의 노동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 어떤 종류가 있을까요?

먼저 학과사무실 조교(행정조교)를 들 수 있겠죠.
구: 학과 살림을 굴리는 모든 일을 거의 다 한다고 보시면 되죠. 학교 행정 라인이 돌아가는 시간에 맞춰 9시부터 6시까지 근무를 합니다. 수업 들어가는 하루 3시간 정도를 제외하고는 내내 일을 해야만 소화할 수 있는 업무량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의 대가가 장학금으로 지급이 되기 때문에, 얼마를 지급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학교본부가 결정할 문제고, 보통은 최저시급에 맞추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요.

수업 조교는 규정 자체가 굉장히 애매하고 느슨하다 보니 사실상 비서처럼 일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일한 기간이 꽤 되는데, 책 정리, 시험문제 제출, 교안작성까지 도맡았었죠. 나중에는 학부생분들이 시험지에다가 ‘조교님 죄송합니다.’라고 저한테 편지를 쓰시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수업 들으시는 분들이 봤을 때도 다 티가 나는 거죠.

두 번째로 학회 간사라는 형태의 노동도 있습니다.
먼저 학회라는 건 일종의 학술공동체 모임으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같은 세부 전공 하시는 분들이 보통 1년에 2번 한자리에 모여서 서로의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토론도 하는 자리를 가지죠. 해당 분야의 우수한 논문들을 책으로 발간하는 사업을 하기도 합니다.

학술지를 내거나 학회를 열고, 이런 일들을 수행하려면 손이 필요하잖아요. 보통은 이걸 학회 간사라고 불리는 대학원생분들이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학회에서 보직을 맡고 계신 교수님이 나의 지도교수거나 친한 교수님이거나 했을 때,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죠.

1년 내내 일하는 근무 형태는 아니지만, 노동시간을 대비해 봤을 때, 받는 돈이 턱었이 적기는 해요. 무급봉사해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1년에 30만원부터 받는 분부터, 100만원 받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봉사란 말을 좋아하진 않지만, 실제 교수님들이 많이 이 용어를 쓰시긴 해요. '학계 발전을 위해 좋은 뜻으로 봉사해주는 친구들' 이런 식으로.

마지막으로 랩실에 근무하는 이공계 대학원생들이 있겠죠.
이공계 같은 경우는 사실 노동자성이 굉장히 분명한 영역이에요. 이공계 대학원생분들이 하시는 주요 업무 중 하나는, 수주받은 프로젝트의 결과값을 얻기 위해서, 그 과정에 필요한 실험을 하시는 거죠. 출퇴근 카드를 실제로 찍는 랩도 있고요. 출근은 일정한 시간에 하시는데, 퇴근은 일정하지 않아 일주일에 집에 세 번 가시는 분도 계세요.

또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서류업무가 되게 많아요. 그리고 프로젝트를 따오려면 계획서를 내야 하고 중간중간 보고서도 써야 하는데 이런 업무들도 대학원생들이 상당히 많은 기여를 하고 계십니다.

랩실에서 하는 실험이라고 하면은 공부와 관련된 거 아니냐 이렇게 말씀을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업무가 학업과 아주 무관하지 않다고 해도 일정 시간 동안 노동력을 투하해서 프로젝트가 실제로 운용될 수 있게끔 일하고 있거든요. 그렇다면 그 부분에 대한 대가는 노동으로서 또 인정이 돼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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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현실은 도돌이표죠?

래빗: 대학원생에 대한 노동 착취나 인권침해는 매년 되풀이되는 것 같은데 왜 고쳐지지 않을까요?

구: 현재 인문사회계 대학원생분들이 대부분 근로 장학이라는 형태로 노동을 하죠.

사실 대학 본부 입장에서는 근로 장학제도를 사용했을 때 불편할 게 하나 없어요. 대학평가를 할 때, 장학금을 얼마나 학생들에게 분배하느냐도 중요한 지표로 들어가거든요. 이 부분을 근로 장학금으로 채우는 겁니다. 이게 사실 근로장학제도가 갖는 모순이거든요.

대학이야 비용을 절감해서 좋고, 또 행정 같은 경우는 어쨌든 굴러가기만 하면 되니까 누가 하던 크게 상관없겠지만, 이제 이 안에서 대학원생들은 여러가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학교는 현재 시스템에 전혀 불만이 없고, 이건 교수님들도 마찬가지에요. '교수가 자기 제자를 훌륭한 연구자로 만들어주는 건 불가능할 진 몰라도, 실패한 연구자로 만드는 것 하나는 확실하게 할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교수가 갖는 권한이 굉장히 크거든요.


취직을 할 때, 유학을 갈 때의 추천서, 조교를 어떻게 인사할 것인지, 장학금 배분을 어떤식으로 할 것인지 등에 대한 권한을 독점하고 있으니까요. 학생 개인 차원에서는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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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원생 '인권 안전망'

래빗: 이런 현실에서, 전국대학원생 노조의 방향은 뭘까요?

구: 사건사고가 많이 있었죠, 대학원생 관련해서.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보통은 갑질을 한 교수에게 “어떻게 교수라는 사람이 저러냐” 이렇게 이야기하고 그냥 넘어가 버리는 일들이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반복이 돼 왔어요. 그래서 이제는 웬만한 일이 생겨도 사람들이 놀라워하지 않는 지경이 된 것 같아요.

교수 개개인의 어떤 인격에 기대하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임 아이템 뽑듯 인생이 랜덤 박스가 되면 안 되잖아요. 구조적 차원에서 대학원생들의 노동권이라든지 인권에 좀 안전망이라는 걸 만들어서 보호 해줄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결국은 제도라는 것에 대해서 저희가 주의 깊게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제도를 만들려면, 현장의 목소리를 제도권에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겠죠. 입법부나 행정부에는 물론 유능하신 분들이 계시지만 여러 가지를 동시에 다루다 보면 대학원에서 실제 일어나는 일들이 가지는 공통적 성격이 무엇인지 잘 아실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당사자들이 유효한 목소리들을 모아 줘야만, 유효한 제도들이 제안될 수 있는 것이거든요. 대학원생 노조는 현장의 대학원생들의 목소리를 제도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을 출범 이후로 계속 해왔고 실제로 변화가 되고 있습니다.

지금 저희가 바꾸지 않으면, 지금 이 세대의 대학원생들이 바꾸지 않으면, 사실 구조는 계속 지속이 될 거에요. 관성에 따라서. 지금 바꾸지 않으면, 나중에도 바꿀 수 없고요. 또 우리가 바꾸지 않으면, 누구도 바꿀 수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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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WITH #YOU

구: 대학원생의 삶, 혹은 대학원생의 어려움이란 것이 대학 밖에 계신 분들에게는 그렇게 와 닿지 않을 수 있어요. 자주 눈에 보이고 귀로 들리는 문제가 아니니까요. 그래서 대학원생이 현재 이런저런 종류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저희 노조가 계속해서 말씀을 드리고자 노력하고 있고요.

저는 뭔가를 바꾸기 위해서는 사회적 공감대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영상을 보시는 많은 분께서, 대학원생이 아니시더라도 이 의제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져 주셨으면 좋겠어요. 대학원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그런 관심과 응원이 정말 큰 힘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 바운더리(boundary) ? ① 경계 ② 경계선,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책임= 김민성, 연구= 신용현, 이창우(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2년) 한경닷컴 기자 irondumy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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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la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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