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했다는 소식이 반갑다. 영국 프랑스와 동일하고, 일본보다 두 단계 높은 우수한 등급이다.
‘대외지불능력이 여전하다’는 평가는 모처럼 만의 희소식이지만 과도한 의미부여는 금물이다. 투자 생산 소비가 동반추락 중인 점을 감안하면 경계심을 높이는 계기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S&P가 향후 신용등급 위협요인으로 지목한 복지 확대에 따른 재정적자 증대 등에 대한 세심한 점검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특히 국가부채 통계에 안 잡히는 비(非)금융공기업(공기업) 부채를 경고하고 나선 점에 유의해야 한다. S&P는 “공기업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30%에 달해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공기업 부채가 뇌관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공기업 부채는 한국만의 특수한 문제로 꼽힌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공기업의 숫자도, 부채 규모도 크지 않다. IMF와 OECD가 국가부채 집계 시 공기업 부채를 제외하는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한국 공기업의 부채는 총 386조4000억원(이하 2016년 말 기준)으로 공식 국가채무(D1)의 61%에 달한다. 이를 포함하면 43.8%로 발표된 GDP 대비 부채비율도 63.3%로 높아진다. 정부는 공기업 부채가 최근 몇 년 동안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지만 LH 등 일부 공기업의 부채는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가계부채에 대한 해외발(發) 경고도 잇따른다. 국제결제은행(BIS)은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빠르다고 발표했다. 그나마 자영업 대출(154조원)과 전세보증금(512조원)이 누락된 통계다. 엄격한 국제기준 적용 시 가계부채 집계액이 30%가량 늘 것이란 분석이 많다.
‘부채 성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등의 전개 양상에 따라 신흥국에서만 1000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이탈할 수 있다는 IMF의 경고도 나왔다. 부채는 거품으로 이어지고, 거품은 터지기 마련이라는 경험칙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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