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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재산 마음대로 못 판다"…사학법에 막힌 대학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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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대 문 닫자 운영하던 학교법인 광희학원도 법정관리行

학생들 학습권 보호 위해
교육용 자산 매각 엄격히 제한
관할청 허가 받아 처분하더라도
재단 채무변제엔 사용 불가능

"경영난 겪는 대학 재기 위해
자발적 퇴로 열어줘야" 지적



[ 황정환/구은서 기자 ] 지난 2월 문을 닫은 한중대를 운영하던 학교법인 광희학원이 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 3년 전 교육부로부터 ‘부실대학’으로 지정된 뒤 회생신청에 이르기까지 몇 차례 시설·부지 매각에 나섰지만 ‘교육용 자산’ 매각을 엄격히 통제하는 법 규정에 막혀 모두 무산되면서다. 교육부는 국내 대학의 3분의 1에 달하는 116개 대학 정원을 감축하고 부실 정도에 따라 정부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는 등 본격적 구조조정 작업에 나섰다. 광희학원의 법정관리 신청은 저출산·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예견된 미래’인 대학 도산의 신호탄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중대 폐교 후 채무 떠안자 회생신청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방법원 파산부는 지난 9월5일 학교법인 광희학원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렸다. 지난 6월 광희학원이 회생절차를 신청한 지 약 2개월 만이다. 회생계획안을 세울 관리인은 2016년 교육부가 임명해 광희학원 이사회를 맡고 있는 최용춘 임시이사장이다.

1967년 설립된 광희학원은 한중대를 비롯해 강원 동해시에 있는 광희중·고등학교를 설립·운영해왔다. 한중대는 한때 재학생이 3500명에 달하며 동해시를 대표하는 대학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재단 설립자의 횡령, 임금체불 등 불법이 이뤄지며 재정이 파탄났다. 2015년 교육부가 부실대학 구조조정을 위해 실시한 대학 기본역량 진단 1주기 평가에서 최하등급인 E등급 대학(5곳 선정)에 이름을 올렸고, 결국 지난 2월 문을 닫았다. 폐교 시점엔 재학 인원이 1000여 명에 불과했다.

광희학원의 회생 신청은 체납임금, 횡령 등 불법행위 회수금을 합쳐 600억~7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는 부채를 정상 경영을 통해 변제할 수 없다는 학원 이사회 판단에 따른 것이다. 강원지역 교육계에 따르면 한중대는 폐교 전후로 몇 차례에 걸쳐 자산 매각을 시도했지만 학교 자산 매각을 엄격히 통제하는 사립학교법 규정에 막혀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자산 매각 막는 사립학교법

자산 매각이 어려워 빚을 갚지 못하는 대학은 한중대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11억원가량의 공사비를 갚지 못해 회생절차를 신청한 경기 지역 한 외국계 학교법인(A법인)이 대표적 예다. 대학과 초중등 대안학교(B학교) 등 두 기관을 운영해온 A법인은 빚을 갚기 위해 B학교 매각을 시도했다. 하지만 지난 2월 A학교법인의 회생절차는 신청 4개월 만에 폐지됐다. 교육부가 A법인의 학교 자산 매각을 허가할 수 없다는 의견을 법원에 전달하면서, 현실적으로 회생절차를 진행할 이유가 사라져서다. 법원 관계자는 “법인이 아예 해산해야만 자산 매각이 가능한 구조였다”며 “회생절차 폐지 외엔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A법인은 현재 한계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교육부가 불허의 사유로 제시한 사립학교법은 종류를 불문하고 학교 재산 처분을 엄격히 제한한다. 학교 재산 처분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곤 모두 관할청(교육부·교육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구체적으로 직접 교육에 쓰이는 재산인 ‘교육용 기본재산’은 유휴재산만 처분 가능하다. 처분하더라도 그 대금을 학교재단법인의 채무변제를 위해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익용 기본재산’은 비교적 관할청의 허가를 받기 쉽지만 이 역시 팔아서 빚을 갚을 순 없다. 대학이 경영권을 매각할 때도 인수 주체는 학교 등 교육법인으로 제한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공공성이 큰 학교 자산을 학교재단법인 자금으로 전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며 “현행법 체제 하에서 대학이 자체적으로 자산 매각을 통해 구조조정에 나서긴 힘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학교재단법인 퇴로 열어줘야

대학가에선 경영난을 겪고 있는 학교재단법인들이 자발적 구조조정을 통해 최소한의 부채를 갚을 수 있도록 활로를 열어주는 사립학교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사립대 학장은 “비리를 저지른 사학에 대한 책임은 확실히 묻되 단지 구조적 요인으로 경영난에 빠진 대학에 대해선 재기를 지원하거나, 정상적으로 채무를 변제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며 “지금은 그냥 아무런 대책 없이 교육부가 살생부만 쓰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공무원 특유의 ‘복지부동’ 행태가 원활한 대학 구조조정을 막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다수의 대학 재무 컨설팅 경험이 있는 한 회계사는 “자산 매각의 목적과 용도, 그 대학의 특수성을 면밀히 검토해 합리적인 결정이라면 과감하게 매각을 허가해줄 필요가 있다”며 “대학 구조조정은 최소 5년 이상에 걸쳐 이뤄지는데 1~2년마다 담당 공무원이 바뀌니 총대를 메는 사람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황정환/구은서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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