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수 YTN PD협회장 인터뷰
○보도채널 YTN, 'PD협회' 창립… 23년만
○'PD리즘' 정신 살려 PD직군 가치 높일 것
[유정우 기자] "저널리즘(Journalism)과 리얼리즘(Realism), 휴머니즘(Humanism)이 우리가 방송을 만드는 핵심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실천이라도 피디가 가져야 할 우리만의 가치를 찾아야죠" 지난 1일 마포구 상암동의 한 찻집에서 만난 이희수 YTN PD협회장은 "'PD리즘'이 우리 PD들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원칙으로 기억 됐으면 좋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올해 8월 YTN내 'PD협회'가 창립됐다. YTN PD협회는 본사와 자회사(YTN DMB, YTN플러스 등) 소속의 PD 약 30여명으로 구성됐다. 지난달엔 한국PD연합회 가입도 마쳤다. 이 회장은 협회 창립을 주도한 인물로 대학에서 스포츠경영을 전공한뒤 2004년 YTN 보도국 기동취재팀으로 입사, DMB로 자리를 옮겨 '스포츠24'와 '힐링다큐' 등을 제작한 13년차 베테랑 프로듀서다.
협회 창립은 작은 실천에서 시작됐다. 그는 "협회란 게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 사내 PD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자신의 일을 이야기하고 고충에 대한 수다를 떨다가 만들어지게 됐다(웃음). 사사로운 대화는 서로 친근감을 높여줬고 자연스럽게 PD의 역할과 직업관 등 제법 의미 있는 토론으로 까지 이어지면서 창립을 결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간 YTN에는 기자협회만 있었을 뿐 방송국임에도 불구하고 PD들을 대변하는 협의체는 없었다. "전형적인 뉴스 중심의 조직인 YTN에서 PD들의 목소리는 작아질 수밖에 없었을 것. 이 회장은 "하루가 다르게 극변하는 미디어시장에 채널 경쟁력을 높이려면 결국 콘텐츠인데 PD들도 함께 고민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구성원들과 함께 고민해 만든 협회 창립의 최우선 가치는 'PD리즘'이다. 이 회장은 "모든 일은 벽과 마주할 때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PD리즘의 출발은 '나는 왜 피디가 되었는가'다. 본질에 충실하다 보면 조직에서 필요로 하는 가치와 업무에 필요한 기준 간의 괴리감을 겪기도 한다. 그 기준이 저널리즘과 리얼리즘, 휴머니즘이 가미된 PD리즘이다"고 말했다.
최근 방송계에 부는 PD 출신 수장들의 활약도 협회 창립의 명분을 더했다. 지난해 MBC는 PD 출신인 최승호 전 제작본부 PD를 사장으로 선임했다. 당시 최 신임 사장의 발탁은 공중파 뿐만 아니라 방송계 전반에 새바람을 예고했다. 사장 인선으로 장기간 공백기를 가졌던 YTN도 이사회 의결을 거쳐 지난달 27일 라디오PD 출신인 정찬형 신임 사장을 임명했다.
협회 창립후 가진 첫 공식 행사는 세미나였다. 주제도 역시 'PD리즘'이었다. 이 회장은 "공동체 협회가 무언가를 정의를 내려 놓고 움직이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PD리즘' 또한 공통의 접점은 있지만 상위 협회(한국PD연합회)와 외부 전문가 등과의 정보 교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봤다. 작은 규모의 세미나였지만 타사 PD와 방송인들을 초청해 소통과 정보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했다. 그는 "출범을 준비하며 '왜 갑자기 협회를 만드느냐', '그 동안은 협회가 왜 없었느냐" 등의 질문을 종종 들었다. 물음표가 많다는 건 그만큼 해야 할 일이 많다는 뜻 아닐까. 협회는 YTN PD들의 권익을 향상시키는 한편 공개 세미나 개최와 협회보 발간 등 정보교류 사업을 통해 방송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료 PD들에게 협회 창립은 1995년 YTN이 국내 첫 뉴스 방송 송출을 시작한 날 만큼이나 상징적 의미를 가집니다. YTN PD들의 목소리를 좀 더 의미있 게 낼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중입니다. 적어도 출범 10여 년쯤 뒤엔 'PD리즘'이 PD들의 단순한 권익 차원을 넘어 PD직군의 윤리와 콘텐츠 질을 높일 수 있는 핵심 가치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유정우 기자 see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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