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곽동연 인터뷰
"앙상블의 중요성 배워, 롤모델 조진웅 닮길 바라"
“주량은 소주 두 병 정도예요. 인터뷰에서 술 이야기를 하니까 이상한 기분이 드는데요? 얼마 전만 해도 미성년자였으니까요. 하하.”
‘넝쿨째 굴러들어온 당신’ 방장군이 이렇게 컸다. 주량에 대한 이야기도 서슴지 않고 할 수 있게 됐다. 올해 만 스물한 살, 곽동연의 이야기다.
올해로 데뷔 6년 차를 맞은 곽동연은 그 어떤 사회인 못지 않게 열심히 커리어를 쌓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활동한 탓에 일탈을 꿈꿀 법도 한데 그는 “힘겹게 쌓아 올린 제 삶이 소중하다”면서 조용한 삶을 꿈꿨다.
그는 2012년 데뷔 후 드라마 '감격시대:투신의 탄생', '돌아와요 아저씨', 피리부는 사나이', '구르미 그린 달빛', '쌈 마이웨이', '다시 만난 세계', '라디오 로맨스' 등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장르,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왔다.
곽동연은 JTBC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에서 화학과 조교이자 미래(임수향 분)를 좋아하는 선배 연우영을 연기했다. 그는 다정다감한 성격과 개념 있는 생각, 행동으로 화학과 여학생들뿐만 아니라 시청자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그는 연우영 캐릭터를 현실에 있을 법한 ‘온(溫) 미남’으로 소화해 도경석(차은우 분) 못지않은 인기와 팬덤을 이끌며 '서브병'을 유발했다.
드라마 종영 후 만난 곽동연은 개운한 표정이었다. 아역에서 성인 연기자로 발돋움하고, 연기력 또한 인정받은 작품을 해냈기 때문이다.
곽동연은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 앙상블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시청자들의 공감이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배우로 필모, 성장과정이 뿌듯하고, 자랑스럽기도 하고, 천천히 조금씩 나갈 수 있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그는 "처음부터 덜컥 주인공 역을 맡았다면 내가 감당할 수 있었을까,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도 했다. 지금처럼 시청자와 제작자 원하는 몫을 던져주면 스스로 잘 해낼 수 있다고 판단이 될 때 점차 활동 영역을 늘려가려고 한다"고 포부를 전했다.
다음은 곽동연과 나눈 1문1답.
▶ ’강남미인’을 통해 큰 호평을 받게 됐다. 주인공만큼 주목받는 일명 ‘서브 남주’로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다.
누구 하나 다친 사람 없이 끝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시청자의 사랑에 힘낼 수 있었다. 다시 한번 감사하다. 사실 이렇게까지 화제가 될지 잘 몰랐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처음 해보기도 하고, 시청자가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잘 몰랐다. 사실 출연한 작품이 몇 작품 안되어서, 항상 잘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만 가지고 시작했다. 단지 다음엔 짝사랑이 아니라, 쌍방 연애가 이루어지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
▶’얼굴 천재’라 불리는 차은우와 정면 대결에서도 밀리지 않았다는 평가다.
차은우의 얼굴은 극복했다고도, 극복하지 못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무사고로 생각했던 연기를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오빠’라는 이미지가 생긴 것 같아 기쁘다. 촬영장에서 내가 제일 어렸는데, 극중 캐릭터는 가장 나이 많은 조교였다. 민망하기도 하고 재밌었다. 팬들 중 실제 조교들도 있더라.
▶ 극중 차은우와 동갑내기 케미를 뽐냈다. 박보검, 진구 등 남자배우들과 ‘브로맨스’가 좋아보이는데 비결은.
사실 동갑인 친구들과 연기하는데 편한 부분이 있다. 차은우도, 과거 진구와 만났을 때 교감이 잘 됐다. 차은우냐, 박보검이냐 물어보신다면 나는 보검이형이 좋았다. ‘구르미 그린 달빛’ 서사 자체가 서로 목숨을 걸고 삶 전반에 깊이 물들어 있는 관계였기 때문이다. 촬영 기간도 길었다. 차은우와는 굉장히 편했지만 물리적 시간이 짧아서 아쉽다. 초등학생 때 윗집 형이랑 친했다. 그 형과 우정을 쌓아오면서 남자 배우들과 진한 브로맨스를 찾는 법을 자연스럽게 체득한 것 같다.
▶상대역 임수향과는 ‘감격시대:투신의 탄생’ 이후로 4년 만에 만나게 됐다.
촬영 전 임수향과 함께 캐스팅됐다고 '감격시대' 감독님께 말했더니 굉장히 크게 웃으셨다. 저는 아역이었는데, 이제 앞에 서보니 촬영할 때 남다른 기분이었다. 작품으로 다시 만나게 되고 상대역으로 연기한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어렸을 때 기억을 최대한 떨쳐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워낙 베테랑 선배라 많이 이끌어주셨다. 정말 감사하다.
▶참 무더운 시기에 촬영을 했다.
111년 만의 기록적인 무더위라고 하는 날, 40도의 더위에서 촬영한 적 있었다. 임수향과 배우들과 함께 노 메이크업으로 촬영하자고 말했다. 공들여 화장해도 어차피 땀에 지워지니 말이다. 법적으로 제재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더위였다. 하하. 이날 외부에서 일하는 야외 근로자들에 대한 동지 의식이 생겼다. 더운 날이 지나기만을 바랐다.
▶’강남미인’은 성형미인의 인식, 선입견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이번 작품을 통해 평소 생각과 바뀐 것이 있을까.
애초에 성형이라는 것에 대한 주관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위해 선택한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 주관이 들어갈 필요도 없다고 본다. 그런 부분을 감독님이 알고 계셨기에 드라마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강남미인’을 통해 배운 점.
많은 배우가 나오는 신에서 앙상블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시청자가 공감해주는 힘이 크다는 것을 느꼈다. 인물이 가진 매력과 모습들을 구체적으로 성심성의를 다 해서 표현해야겠다고 깨달았다. 조진웅 선배가 롤모델이다. 과거 한 작품을 하고 나서 선배가 현장에서 내뿜는 열정, 팀을 아우르는 리더십까지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다. 닮고 싶다.
타이틀 롤에 대한 욕심은 없나.
지금까지 배우로서 필모그래피를 보면 저 스스로도 성장 과정이 뿌듯하고, 자랑스럽기도 하다. 또 천천히 조금씩 나갈 수 있는 점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이 일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제 삶에 큰 행운이 아니지 않았나 싶다. 덜컥 주인공 맞닥뜨려버리면 감당해내고 ‘내가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도 한다. 지금처럼 시청자, 관계자가 원하는 몫을 던져주면 잘 해낼 수 있다고 판단이 되면 점차 활동 영역을 늘려가고 싶다.
▶앞으로 연기하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느와르 장르를 꼭 해보고 싶다. 할 수 있다면 이른 시일 내에 하고 싶다. 감정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극한에 놓여 연기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 연기에 집중하기 위해 대학을 과감히 포기했다 들었다. 학업에 대한 꿈은 없다.
없다. 체계화된 조직 생활이 몸에 맞지 않는다. 이번 촬영을 하면서 대학교에 많이 있었고, 산뜻한, 넘치는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 그저 간접 경험으로 끝내는 게 좋은 것 같다. (웃음)
▶22살이면 한창 하고 싶은 것이 많을 때다. 꿈꾸는 일탈이 있을까.
일탈은 전혀 하고 싶지 않다. 연습생 때부터 소속사에서 교육을 너무 단단히 받았다. 24시간 중 20시간 동안 감시를 받았을 정도다. (웃음) 주변에 좋은 어른이 많았다. 올바른 것은 가르쳐 주시고, 올바르지 않은 것은 싹을 쳐주셨다. 한 눈 안 팔고 나아가야 할 길로 조금씩 정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저는 힘겹게 쌓아 올린 제 삶이 소중하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조용히 살고 싶다.
지난번에 혼자 발리에 다녀왔다. 직접 표를 끊어 외국에 간 것은 처음이었다. 인터넷에서 발리의 계단식 논 사진을 보고 반해 선택하게 됐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저 빼고 다 커플이었다. 잘못된 선택이었다. 다음엔 유럽도 가고 싶고, 아시아에도 못 가본 나라가 수두룩하다. 베트남이나 피지도 좋고… 여기도 신혼여행지 아닌가? 나중에 신혼여행지만 여행하는 곽동연이라고 소문날 수 있겠다. <끝>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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