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금리차 커지는데, 경기지표는 안받쳐주고
내달 성장률 전망치 낮출 가능성
10월 금통위서 인상하긴 어려워
정부·여당 '외압' 의혹도 부담
매파색 한층 짙어진 금통위
"지표 추세 보고 11월 올릴 수도"
[ 고경봉 기자 ] ‘10월에 올릴까, 11월에 올릴까.’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올해 두 차례 남은 가운데 연내 금리 인상 여부와 시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고 있는 데다 최근 금통위 위원들의 ‘매파적’ 발언 수위가 높아진 점을 감안하면 연내 인상 가능성이 상당히 커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금통위 금리결정 회의는 10월18일과 11월30일 등 두 차례 남았다. 전문가들은 10월 금통위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뒤 11월 금리를 인상하는 수순이 유력하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은은 매년 1월, 4월, 7월, 10월 등 총 네 차례에 걸쳐 경제전망을 발표한다. 1, 4월에 올해 성장률을 3.0%로 전망했다가 7월엔 2.9%로 낮췄다. 상반기 성장률 잠정치가 2.8%로 나온 만큼 하반기에 최소 2.9% 이상 성장해야 연간 목표치 달성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 추세라면 하반기에 2.9%는커녕 2.8% 성장도 불확실하다. 하반기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수출 등의 증가율 추이는 한은의 7월 당시 전망치를 밑돌고 있다. 고용도 마찬가지다. 한은은 취업자 수가 하반기 월평균 18만 명 증가할 것으로 봤지만 7, 8월 취업자 증가폭은 1만 명에도 못 미쳤다. 이 때문에 상당수 전문가는 다음달 금통위가 성장률 전망치를 추가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금리다. 8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매파’(통화 긴축론자)로 분류되는 이일형 금통위원 외에 두 명이 금융 안정에 더 유의해야 한다며 인상 의견을 냈다. 한 명만 더 돌아서면 4 대 3 구도로 인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서 금리를 인상 쪽으로 튼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10월 금통위에선 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정부와 여당 고위 관계자들이 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목소리를 잇따라 내는 점도 한은엔 부담이다. 10월에 금리를 올리면 ‘외압에 밀려 통화정책을 결정했다’는 비판이 나올 우려가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채권파트장은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더딘 가운데 경제지표는 부진하고 부동산 가격 상승세는 수도권에만 국한돼 있다”며 “미국 금리 오름세를 제외하면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를 만한 요인이 없어 보이는 만큼 한은이 경제지표 추세를 좀 더 확인한 뒤 11월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은은 26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국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기 위해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 가속화로 신흥국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이 다소 커졌지만 한국의 급격한 자본 유출 가능성은 낮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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