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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 맥] 농업 경쟁력, 장바구니 변화부터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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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사과 '루비에스' 같은 신품종
'달라지는 밥상'에 맞는 育種 산물
농업도 소비패턴 변화를 읽어야"

라승용 < 농촌진흥청장 >



가끔 찾아보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에 ‘한국인의 밥상’이 있다. 우리나라 구석구석 발길 닿는 곳, 어디라도 찾아가 촌부의 손맛으로 버무린 소박한 밥상을 꾸밈없이 소개하는 원조격 음식 프로그램이다. ‘한국인의 영혼음식’인 국, 탕, 찌개부터 계절별식까지 하나같이 어릴 적 기억을 소환하는 친근한 음식들이다. 흔히 ‘집밥’으로 불리는 가정식의 진수를 보여주는 듯 조리법과 식재료만 달리해 차려내는 한상차림이 집집마다 각양각색이다. 그래서일까. 보고 있으면 저절로 보양이 되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든 한 가지 생각은 저런 미묘한 ‘손맛’이 언제까지 지켜질까 하는 것이다. 최근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간편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가정간편식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가정간편식 시장은 건강과 맛을 공략한 마케팅으로 집밥을 대신하며 지난해 기준 3조원 규모로 커졌다. 여기에는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와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여가시간의 확대 등 사회 전반적인 환경변화도 한몫했다.

농촌진흥청이 약 900만 개의 가계부에 기록된 구매건수와 온라인 빅데이터를 분석해 발표한 올해 농식품 소비트렌드를 보면 지난해 가구당 쌀 구매액은 2010년에 비해 28% 감소했다. 반면, 즉석밥은 46% 증가했다. 전체 즉석식품에서 즉석밥이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해 기준 절반에 육박한다.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은 30~40대 연령 계층에서 즉석밥 구매액이 증가하고 있다. 특이하게도 5060 세대에서도 즉석밥을 먹는 횟수를 늘리겠다는 대답이 많았다.

가정간편식을 비롯해 최근 8년 사이 눈부신 성장을 한 분야가 또 있다. 온라인 농산품 구매와 다양한 디저트 시장이다. 온라인 농식품 구매액은 3.5배 이상 치솟았고 흰 우유 소비는 제자리걸음인 반면 스트링치즈, 고메치즈 같은 고급치즈 소비는 늘었다. 가정간편식으로 ‘혼밥’을 즐기는 새로운 수요층의 등장은 한 번에 먹고 치울 수 있도록 소량 포장된 제품이나 커팅과일, 채소의 인기도 불러왔다.

어떤 특성의 농산물 구매가 많아진다는 정보는 농업연구자가 육종 목표를 설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간편함을 원하는 소비추세에 맞춰 깎는 수고를 덜고 껍질째 먹을 수 있는 배 ‘조이스킨’과 포도 ‘홍주씨들리스’, 한 입에 쏙 들어가는 작은 사과 ‘루비에스’가 이렇게 탄생됐다. 즉석밥을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춰 이에 최적화된 쌀 품종도 개발 중이다.

올해로 6년째 이어지고 있는 농식품 소비트렌드 분석은 소비자들의 장바구니를 여과 없이 들여다볼 수 있는 가계부 데이터를 근거로 삼기 때문에 높은 정확도를 자랑한다. 이를 기초로 연구자는 소비자 맞춤형 농업연구에 몰두해 농업인에게 최신 정보를 제공하고 농업인은 소비자의 구매심리를 반영한 생산에 열정을 다한다. 결국 연구자와 농업인, 소비자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현장 중심의 연구결과가 소비자를 만족시키고 농가이익을 끌어올리는 선순환 구조를 맺게 된다.

우리는 농업의 성장을 소비자 수요가 견인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소비자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는 일이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소비자를 이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장바구니를 세심히 들여다보는 것이다. 장바구니는 소비자 개개인의 구매성향과 앞으로의 수요패턴도 짐작하게 한다.

“소비자가 어디로 움직일 것인지 알아내고 앞서 그들을 기다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마케팅의 아버지’ 필립 코틀러의 말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바를 미리 예측하고 만족시키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전의 식품소비 트렌드가 물량충족, 품질추구 단계였다면 현재는 간편화, 고급화, 건강지향 단계로 접어들었다.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촉각을 세우고 한발 앞서 준비한다면 농식품 소비행태를 주도할 수 있다. 만족한 고객은 그 자체가 훌륭한 농식품 마케팅 플랫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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