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태·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국회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없이 취임했다.
국회의 동의를 받지 못하고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임명된 것은 사상 최초다. 대통령은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도 헌재 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지만 주요 사건의 결정을 내릴 때마다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유남석 헌재 소장과 이석태·이은애 재판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이들은 이날 서울 재동 헌재 대강당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유 소장의 임명동의안은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한 이석태·이은애 재판관의 경우 여야 대립으로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상태였다. 인사 청문 과정에서 이석태 재판관은 정치적 편향성으로, 이은애 재판관은 여덟 차례에 걸친 위장전입 등으로 각각 자질 논란을 빚었다.
대법원장 몫의 재판관에 대해 국회에서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국회 선출 재판관으로 제한됐던 인사청문 대상이 2005년 대법원장과 대통령 지명 헌법재판관으로까지 확대된 후 대법원장은 물론 대통령 몫 재판관에 대해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국회에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20일까지 송부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결국 보고서를 송부받지 못했다. 헌재 소장과 달리 대통령이나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헌법재판관은 국회 동의가 필수 사항은 아니다. 국회가 기일 내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으면 대법원장이 지명하고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법조계에선 문 대통령이 자질 논란을 무릅쓰고 두 재판관의 임명을 강행하자 앞으로 헌재의 발목이 잡힐 여지를 남겼다고 지적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각종 논란에 대한 충분한 해명도 이뤄지지 못했고 국회로부터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한 상태에서 임명이 강행됐다”며 “앞으로 이들 임기 내내 헌재에서 결정이 나올 때마다 ‘코드 인사’나 정치적 중립성 논란 등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대법원장이 지명한 재판관 이외에 국회 선출 몫 재판관의 대통령 임명은 여전히 교착 상태다. 국회 선출 재판관의 임명은 소장과 마찬가지로 본회의 표결 절차를 통과해야 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이종석 후보자를, 한국당은 여당이 추천한 김기영 후보자를 반대하고 있어 국회는 지난 20일 본회의에 김기영 이종석 이영진 등 후보자 3명의 선출안을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헌재 관계자는 “국회 선출 몫인 나머지 재판관 3명에 대해선 언제 임명이 이뤄질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재판관 6인 체제로 운영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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