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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경 지휘자 손끝서 펼쳐진 하모니… 깜짝 앙코르 '돌아와요 부산항에'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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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부산-한경 WEEK
부산에 뜬 한경필오케스트라

드보르자크의 '슬라브 무곡'
오페라 카르멘의 '하바네라' 등
흥겨운 템포로 관객들 사로잡아



[ 은정진 기자 ]
국내 최고의 여성 지휘자로 꼽히는 여자경 객원지휘자가 이끈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한경필)의 하모니가 20일 부산시민을 사로잡았다.

‘2018 부산-한경 WEEK’의 축하 부대 행사로 이날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부산시민음악회’에서다. 한경필은 2015년 9월 ‘경제와 문화의 가교’ 역할을 자임하는 한국경제신문사가 국내 신문사 최초로 창단한 오케스트라다.

이번 음악회를 통해 55명의 한경필 단원들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여 지휘자는 드보르자크의 ‘슬라브 무곡’으로 음악회의 문을 열었다. 민족주의 작곡가인 드보르자크가 슬라브 민족의 향토정서를 신나는 민요풍 가락에 녹여낸 슬라브 무곡은 전국 어느 도시보다 흥이 넘치고 독특한 색깔을 지닌 부산시민과 닮아 있는 곡이다. 시작부터 바이올린과 심벌즈 등 금속 타악기들이 어우러져 ‘쾅쾅쾅쾅’하며 강하고 빠른 멜로디가 등장했다.

하루 종일 내린 비에 다소 처져 있는 객석 분위기가 한순간에 바뀌었다. 중간에 플루트의 아름다운 선율이 길게 이어졌지만 이내 다시 흥겨운 템포가 반복되며 관객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흥겨운 분위기는 첼리스트 송영훈이 그대로 이어갔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첼리스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송영훈은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 b단조 3악장을 선곡했다. 슬라브 무곡과 마찬가지로 슬라브 민족의 정열에 미국 민요가 지닌 애조 띤 서정성을 송영훈의 첼로 선율로 담아내자 객석에선 갈채를 보냈다.

2부는 오페라 명곡의 향연이었다. 국내 대표 성악가들이 모여 뮤지컬과 오페라를 넘나들며 가을 향취가 물씬 나는 노래를 들려줬다. 메조소프라노 백재은은 비제 오페라 ‘카르멘’의 주인공 카르멘으로 변신해 가수 박지윤의 ‘달빛의 노래’의 도입부에도 쓰였던 아리아 ‘하바네라’를 열창했다.

테너 서필은 유명 전자제품 업체의 광고음악으로도 쓰였던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의 ‘여자의 마음’을 부르며 여성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소프라노 강혜정은 구노 오페라 파우스트의 ‘보석의 노래’로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음색을 자랑했다. 끝으로 전체 성악가들이 함께 모여 칸초네(이탈리아 민요)인 ‘푸니쿨리 푸니쿨라’와 ‘오 나의 태양’을 부를 땐 관객들이 박수로 박자를 맞추며 흥을 돋웠다.

준비된 모든 곡이 끝났음에도 관객들의 박수가 끊이지 않자 여 지휘자는 숨겨둔 앙코르곡을 들려줬다. 부산을 상징하는 대표곡이자 가왕 조용필을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했던 ‘돌아와요 부산항에’였다. 이 곡이 연주되자 관객들은 환호하며 박수로 화답했다. 종일 비가 내린 날씨에도 한경필이 준비한 흥겨운 레퍼토리와 성악가들의 열창이 이어지면서 공연은 열정의 도시 부산처럼 뜨거운 분위기 속에 마무리됐다.

부산=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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