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다시 책 펴낸 황주리 작가
산책주의자의 사생활
[ 은정진 기자 ] 미술가가 그림이 아니라 글로 표현한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평생 그림을 그려왔지만 화폭에 미처 다 못 담아낸 감정을 그간 다섯 권의 산문집에 담았던 화가가 10년 만에 다시 붓 대신 펜을 집어들었다.
최근 산문집 《산책주의자의 사생활》을 낸 황주리 작가는 화려한 원색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신구상주의 계열에서 독특한 회화세계를 구축한 중견 서양화가다. 하지만 대학졸업 후 40여 년간 한 번도 펜을 놓지 않을 정도로 글도 사랑했다. 황 작가는 “그림에 담지 못했던 일상의 기억들을 틈틈이 정리하는 습관이 있다”며 “주변에서는 하나에만 집중하라고 하지만 사실 예술가는 모든 예술에 있어 벽을 두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책엔 일반적인 소설가와 산문가에게 없는 미술가의 회화적 상상력이 녹아 있다. 황 작가는 “그림이나 글이나 작가가 생각하는 세계관을 표현한다는 본질적인 부분에선 큰 차이가 없다”며 “사람을 만나고 많은 곳을 여행하며 그림 그리듯 글을 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스스로를 왜 산책주의자라고 했을까. 황 작가는 “산책주의자라는 말은 목적지에 연연하지 않고 삶에 대한 은은한 열정을 오래도록 지니는 사람”이라며 “산책 그 자체를 즐기는 데 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크고 작은 사생활에서 느낀 사적인 기쁨과 슬픔을 많은 사람과 함께 공유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붙인 제목”이라고 덧붙였다.
58편의 짧은 글에서 시크하고 당당한 저자의 모습 뒤에 가려진 순하고 여린 인간성을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골목 정취에 대한 감상이 눈에 띈다. 스스로를 ‘골목을 사랑한 여자’라고 말할 정도로 골목길을 좋아했던 작가의 모습이 책에 그대로 묻어난다. 황 작가는 “서울 종로 내수동 한 골목집에서 태어나 구석구석을 누벼 골목은 내 고향”이라며 “세월이 지나 고층빌딩과 아파트에 자리를 빼앗기고 사라져버린 골목이 자주 떠오른다”고 말했다. 세계 어디를 가든 찾아갔던 골목에서 저자가 만난 사람들도 그에게 잔잔한 웃음을 던져줬다.
후반부는 그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느낀 풍경이 펼쳐진다. 그림을 가르치기 위해 갔던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아이들 모습에 애처로워지고, ‘카프카의 도시’ 프라하가 변해가는 것에 안타까워했다. 그리스 산토리니에서는 전통의상을 입은 할머니들을 만날 수 없게 됐음을 아쉬워했다. 황 작가는 “그때 느낀 여러 풍경에 대한 감정은 웬만한 그림으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웠다”고 회상했다. 글과 함께 책 속에 넣은 26컷의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어떤 낯선 골목길을 그와 함께 산책하는 기분을 즐길 수 있다. (황주리 지음, 파람북, 280쪽, 1만5500원)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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