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오 사태' 후 인가 깐깐해져
개별 인정형 상품 허가 줄어
작년 생산실적 0.7% 증가 그쳐
중국 여행객 감소 탓
1위 품목인 홍삼실적도 저조
[ 심성미 기자 ] 고성장을 거듭하던 건강기능식품 생산 실적이 지난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백수오 사태’의 영향으로 원료 허가 절차가 까다로워진 데다 홍삼 시장의 큰손인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줄어든 영향도 받았다.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건기식 생산 실적은 1조4819억원으로 전년(1조4715억원)보다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6년만 해도 전년 대비 29.8% 성장률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건기식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해진 이유에 대해 업계에서는 2015년 ‘백수오 사태’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당시 백수오로 만들었다는 건기식 제품에 백수오와 생김새가 비슷한 이엽우피소가 원료로 사용된 것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있었다. 이엽우피소는 국내에서 식품 사용 허가를 받지 않은 탓이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2016년 12월 ‘건강기능식품의 기준 및 규격’을 개정했다. 핵심 내용은 인체시험 결과가 다소 미흡해도 동물 시험 결과가 기준을 충족하면 개별인정형 원료의 효능을 인정해주던 제도를 없앤 것. 인체 시험에서 건기식 원료의 효능이 입증됐을 때에만 개별인정형 원료를 건기식 제품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허가해 주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2015년 31건, 2016년 21건에 달하던 개별인정원료 허가 건수는 지난해 6건으로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까다로워진 개별인정원료 허가 기준에 대응하지 못해 개별인정형 제품 생산 실적이 크게 늘어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건기식 시장에서 35.5%(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홍삼 제품의 생산 실적이 감소한 것도 건기식 시장 정체의 원인이 됐다. 지난해 홍삼 생산 실적은 5261억원으로 전년(5838억원)보다 9.8% 줄었다. 이는 지난해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유커(중국인 관광객) 발길이 끊겨 방문객이 급감한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 수는 416만9000명으로 전년(806만8000명)보다 48.3% 줄었다. 식약처 관계자는 “한국을 방문해 홍삼을 사서 돌아가는 중국인들이 홍삼 시장의 큰손이었는데 이들 방문이 급감하면서 홍삼 생산 실적도 타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다양한 원료와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건기식 제품을 개발해야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관계자는 “홍삼으로 편중돼 있는 건기식 시장에서 홍삼의 뒤를 이을 수 있는 건기식 제품을 개발하는 게 제조사들에 남겨진 숙제”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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